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핵파문을 불러온 북한과 미국간의 근본적인 시각차를 우선 좁히는 것이 급선무란 지적이다. 이는 핵문제가 북측의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비밀 핵개발계획설이 제기되면서 부각됐고, 미국은 이를 문제삼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에 따른 대북 중유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핵파문 초기부터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일방적으로 '북한 책임론'을 내세웠고, 북측은 이에 맞서 동결된 핵시설 가동을 위한 강경 조치를 이미 취한 상태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대북 일방주의는 미국내에서 조차 찬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며 양측의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일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미국과 일본에 파견하는 등 핵중재 노력에 나선 것도 북.미간 접점을 모색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고 결국 북.미간 시각차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중재외교의 성패가 판가름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 핵파문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서 북.미간에는 ▲농축우라늄 핵개발 실체 ▲제네바 기본합의문 불이행 책임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 ▲선(先) 행동 주체 등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먼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방북에 따라 제기된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계획설의 실존 여부다. 북한 핵 해결의 최대 현안인 이 문제는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했던 켈리 차관보가 북측이 비밀 핵무기개발 계획을 시인했다고 밝히면서 제기된 것으로 사실상 아직까지 그 실체가 불분명한 상태다. 이와 관련, 당사국인 북한은 NCND(긍정도 부인도 않음)로 일관하면서 '미국이 우리에게 핵전쟁을 강요하는 조건에서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에다 북측의 비밀 핵개발 계획의 실체를 파악해주길 기대했던 중국과 러시아도 북측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누가 먼저 어겼느냐에 대한 견해차도 크다. 북한은 미측이 합의문에 명시된 ▲중유공급 중단 ▲2003년까지 제공키로 한 경수로 발전소 건설 지연 ▲합의문 체결 3개월내 통신 및 금융결제 제한 해제 ▲북한에 대한 핵무기 위협 금지 등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합의사항을 미국이 먼저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경수로 발전소 건설사업은 기초 공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당초 완공시점인 2003년을 넘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며 미국의 각종 대북규제 조치도 전면 해제되지 않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연구원은 이와 관련, "핵파문의 근원은 미국이 제네바합의문을 이행하겠다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동시성' 있는 신뢰회복 조치를 우선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부시행정부 출범이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핵선제공격 대상국에 포함시키는 등 2000년 북.미 공동코뮈니케의 '적대 중지' 합의까지 무시하고 있으며, 북측은 이를 대북 선제공격 의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미측에 법적 구속력을 갖춘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과거핵 의혹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 사찰에 협조하지 않고 농축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특히 농축우라늄 핵개발계획은 지난 94년 기본합의문 체결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합의문과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남북공동선언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밖에 미국은 핵문제 선결조건으로 북측의 '선 핵포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미측의 주장이 결국 무장해제를 의미한다면서 핵문제는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안보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북한핵 중재안은 핵파문을 불러온 북한과 미국간의 입장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한다"면서 "양측의 견해가 좁혀지지 않는 한 핵문제는 단기간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