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癸未年) 새해 정치권의 흐름은 개혁에서 발원한다.

12.19 대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내 개혁특위를 새해부터 본격 발진한다. 양당 모두 '제2의 창당'이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치열한 '개혁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개혁 의제는 포괄적이고 다양하다. 원내중심 정당화를 비롯한 정당개혁과 정치지도층의 세대교체, 정치 전반의 지역주의와 권력 독점 폐단 극복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 등 거론되는 정당.정치개혁이 실현될 경우 기존 정치질서에 대한 일대 수술이 가해지는 셈이다.

양당은 이같은 개혁의 성과를 갖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다시 한번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예비 집권당인 민주당으로선 다수 안정의석을 확보해 명실상부한 집권당이 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고, 한나라당 역시 다시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당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밖에 없으므로 개혁은 양당의 절체절명의 과제인 것이다.

특히 개혁, 세대교체 등의 이미지가 강한 노무현(盧武鉉) 신 정부의 2월 출범은정치권 전체에 지속적인 파장을 던질 전망이다.

`3김 정치'의 종언으로 새로운 정치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주류세력의 성격교체와 세대교체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인수위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국민 각계의 의견을 들어 정치개혁안을 연구하고 토론하고 제안해달라"고 주문해놓고 있다.

이같은 행정부발(發) 개혁은 각 정당의 개혁 추진과 맞물려 개혁 바람을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빠르면 2월 전당대회를 통해 개혁 체질을 강화한 새 지도부를 선보이고, 이후 새 지도부에 의한 개혁 드라이브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 정치권은 그러나 벽두부터 지난해에서 이월된 `북핵 사태'에 직면, 인식과해법 차이로 인해 격렬한 충돌 양상을 빚음으로써 이 과정에서 정당.정치개혁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실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노 당선자측과 민주당의 북핵 대응에 벌써부터 제동을걸고 있다. 정권 인수위를 겨냥한 `주사파' 발언 등이 북핵 사태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미국이 실제로 대북 봉쇄전략을 가시화하면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경우 이같은대립은 더욱 첨예화될 수 있다. 반미와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과제다.

북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이념대결로 발전, 정치권 지각 변동을 동반하는정계개편의 진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념에 따른 `헤쳐모여'를 통해 정치권이 보혁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정계개편의 동인은 더욱 커진다.

새로운 정치질서가 이같이 재편될 경우 `신정부-민주당-한나라당 개혁파 일부-시민.사회단체'와 `한나라당-자민련 보수 총결집' 정당의 2분화가 예상된다.

이같이 선명한 보혁구도가 아닌 소규모 이합집산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유지와 자민련의 활로 모색, 국민통합 21의 유지 여부 등도 새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