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폐연료봉.핵재처리시설 봉인제거' 파문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23일 개최된 남북 군사실무회담마저 결렬돼 금강산 육로관광, 개성공단 조성 등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진로도 불투명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측은 군사실무회담에서 민간인의 군사분계선(MDL) 통행보장이 합의될 경우 연내에 금강산 육로관광 사전답사는 26일, 시범관광은 31일 실시하고 개성공단 착공식도 30일에 가질 예정이었으나 회담 결렬로 이같은 일정을 실행에 옮기기는 사실상 물건너가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측과 유엔사는 MDL 통과는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북측은 군사실무회담에서 남북군사보장합의서상 남북관리구역내 MDL 통과시 유엔사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앞서 남.유엔사와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지뢰제거작업 상호검증단 파견문제를 놓고 서로 맞서다 결국 `상호검증을 하지 않는' 선에서 봉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남.북.유엔사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MDL 통행을 전제로 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당분간 `신호대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98년 11월이후 4년째를 맞고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내년초 육로관광시작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런 기대가 무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금강산 육로관광은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금강산 콘도에 오전집결해 '관광증'을 발급받고 우리측 출입국관리시설(CIQ)을 거쳐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뒤 북측 CIQ를 거쳐 금강산에 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첫날 일정은 교예공연과 온천욕, 둘째날은 금강산 구룡연 코스 관광으로 짜여져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 육로관광 개설은 분단이후 처음으로 민간인이 대거 군사분계선을 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만큼 내년 1월1일에 금강산에서 해맞이 행사도 가지려 했는데,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금강산 육로관광은 해로관광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간소한데다 설악산, 동해 관광과의 연계도 가능해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면서 "군사실무회담이 빠른 시일내에 다시 열려 군사분계선 통과문제가 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성공단 착공식도 `일정차질'이 예상된다. 남북은 지난 15∼17일 금강산에서 열린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25일까지 경의선 임시도로를 개설키로 합의한 상태이며 이에앞서 지난 6∼8일 남북간 개성공단건설 실무접촉에서 통신.통관.검역 등 3개 분야에서 합의한 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경의선 임시도로가 개설되면 개성공단 착공에 필요한 장비.자재 이송과 민간인의 출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공단 착공식을 30일께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연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간 군사실무회담이 빠른 시일내에 다시 열려 남북이 예상밖의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핵동결 해제 선언, 폐연료봉.핵재처리시설 봉인 제거 등 잇단 초강수로 국제사회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북한이 대화채널 확보 차원에서라도 우리 정부에 유화책을 쓰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 북한 전문가는 "현재 북한의 핵개발 위협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볼모로 한 벼랑끝 전술의 극치"라면서 "그러나 미국측이 `계산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군(友軍)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핵개발 파문으로 큰 틀의 남북관계 역시 점차 냉각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