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추락과 수해 등 100년만에 한번 있기도 힘든 `재앙'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경남 김해지역이 결국 대통령을 배출한 `왕도(王都)'로 올해 대미를 장식, 김해의 한해 이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21일 김해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올해 김해지역에서는 유난히 대형 사건사고가 많아 그 어느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면서 전국적으로 `재앙의 땅'으로 각인돼 유명세를 치렀다. 실제 지난 4월15일 김해시 지내동 돗대산 정상에서 승객과 승무원 등 166명을 태운 중국 국제항공공사 민항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 129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있었다. 이 민항기 추락사고는 사고발생 7개월이 지나서야 사고공청회가 열려 조종사 과실이 주요원인이라는 중간조사결과가 발표됐을뿐 보상문제나 위령탑 건립 등 유가족을 위로할만한 조치는 명확하게 이뤄진 것이 없다. 또 김해지역에는 지난 8월 600㎜에 육박하는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한림면 일대가 완전히 물에 잠겨 1천200여가구, 3천300여명의 수재민과 2천800여㏊의 농경지가침수되는 사상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다. 수해이후 하루 평균 6천-7천여명의 복구인력이 투입돼 대대적인 복구작업을 벌였으나 지금도 140여가구의 수재민이 한림면 곳곳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추위에 떨며 이주단지 완공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지난 10월에는 김해시의 수장인 송은복(宋銀復)시장이 김해골프장 조성사업과 관련해 건설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검찰로부터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돼 이달초부터 재판이 진행되는 등 김해지역의 재앙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김해지역의 계속된 재앙이 연말의 대통령선거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해 이 지역 주민은 고통스러웠던 지난 날을 그나마 보상받은듯한 느낌을 부인하지 않는다. 김해가 낳은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가 드라마같은 대선승리를 일궈내면서 한해동안 재앙의 땅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김해가 이제 대통령을 배출한 `영광의땅'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호사가들은 일년이란 길지 않은 시간에 모든 국민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지금도 `꿈을 꾸는 것같다'는 한마디 말로 김해를 되새기고 있다. 김해시민들은 "올해 10대뉴스를 뽑으라면 `김해'라는 한마디만으로도 모든 국민이 3-4개의 굵직한 사건들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해에는 재앙의 상처는 모두 치유하고 김해의 아들 노당선자가 펼치는 희망의 정치를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해=연합뉴스) 황봉규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