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2일 담화를 통해 즉시 핵동결 조치를 해제하고 전력 생산을 위한 핵 시설을 재가동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북 핵 동결을 위한 추가 조치가 절실해졌다. 북한과 미국 양측은 그동안 '제네바기본합의 사문화'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각기 우려를 표시해왔으며 마침내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지경에 처한 것이다. 미국은 10월16일(미국 현지시간) "북한이 핵 개발을 재개한다고 시인했으므로이미 제네바기본합의는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고 강석주(姜錫柱)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지난달 초 평양을 방문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 대사 일행에게 "제네바합의가 실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hanging by a thread)"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이번 핵 동결 조치 해제 선언은 그동안 미국이 취했던 일련의 대북 '선(先) 핵 포기 압력'을 거부한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한 핵 개발을 방치 또는 용인하거나 '실력 행사' 또는 외교적 타협을 통해 이를 억제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일단 미국이 최근 취했던 일련의 강경책을 고려하면 미국은 북한의 초강경 대응에 역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수도 있다. 다만 지난달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12월분 중유 공급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이달 10일로 예정됐던 '추가 조치'를 위한 회의는 내년으로 연기됐고경수로 건설 공사 중단과 같은 강경책도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에서 미국의강경 대응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네바합의 파기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미국 정가에서는 이 합의를 유지하거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발언이 잇따랐다. 케도가 중유 공급 중지 결정을 내린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북한과의 새로운 미래'(a different future) 또는 '대담한접근'(bold approach)을 언급했다. 18일에는 켈리 차관보가 "미국은 제네바기본합의문 파기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고 같은날 리처드 루가 상원 의원은 '창조적인 외교적 해법'(creative diplomaticsolutions)을 강조하면서 "제네바합의와 같은 형태의 새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은 10월16일 북 핵 개발 재개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줄곧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했고 지금까지도 이런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또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역시 '제네바기본합의 파기'를 선언했다기보다는미국의 중유 공급 중단에 따른 대응으로써 전력 생산을 위한 핵 시설 재가동을 천명했으며 담화 말미에 "우리가 핵 시설들을 다시 동결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밝힌 것도 타협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인지 나선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설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 우선 이번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지적한 대로 12월분 중유공급을 재개하는 선에서 외교적 해법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식의 미봉책이 북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제네바기본합의의 핵심인 경수로 건설 시한이 내년(2003)으로 임박했고 공사 진척도가 고작 20%에 지나지 않아 북측의 전력 손실 보상 요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동만 상지대교수는 "미국의 대북 정책의 실패로서 플루토늄 핵 시설 가동은내일이라도 당장 다가올 수 있는 위협이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북-미 양국은 대타협을 통해 '미국의 우려 사항'의 핵심인 북 핵 문제를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도를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양국간 적대관계가 청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동결 조치 해제에 대해 강경대응으로 나설지, 아니면 새로운외교적 타협책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