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의 반란이 아닙니다. 준비된 돌풍이라고 불러주세요." '짝눈' 이태호 대전 시티즌 감독의 표정은 자신 만만하다. 신경성 목 디스크에걸려 육체적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미소를 머금고 손으로 V자를 그려 보이는 그의 환한 얼굴에서는 FA컵 2연패의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지난 8일 FA컵축구 8강전에서 정규리그 준우승팀 울산을 3-1로 꺾은 대전의 기세는 이 감독의 주장대로 준비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은 정규리그 27경기에서 고작 1승을 건진데 불과했지만 FA컵에서는 한국철도의 기세를 잠재운데 이어 울산 현대마저 제압하고 당당히 4강이 겨루는 준결승에진출, 축구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돌풍의 주역' 대전이 처한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기에 이같은 선전은 더욱 값지게 받아들여진다. 대전은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존폐기로에 서있고 이태호 감독을 비롯한 팀 간판인 김은중, 이관우마저 부상에 시달리는 등 '부상병동'으로 전락해 정상적인 팀 운영이 어려운 처지다. 이태호 감독은 목 디스크 합병증으로 왼팔을 움직이기 힘들며 인도의 모훈바간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예선전 이후 극심한 피로와 독감에 시달리는 김은중과 이관우는 의사가 입원을 권고할 정도다. 이처럼 겉보기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대전이 FA컵에서 다시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전의 돌풍에는 FA컵 우승으로 팀을 살리는데 한 몫 거들겠다는 선수들의 결연한 의지와 대전 시민 및 서포터스의 눈물겨운 애정이 합쳐진 무서운 뒷심이 자리잡고 있다. 아픈 몸을 아끼지 않고 선수들을 독려하느라 목이 쉰 이태호 감독은 "팀 사정이말이 아닌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뛰어주는 선수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면서"현재와 같은 분위기면 우승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울산과 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대전의 돌풍을 이끈 김은중도 "최근 독감으로몸이 무겁지만 울산을 꺾어야된다는 일념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면서 "선수들 사이에 또 한번 해보자는 의지가 강하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헝그리 구단' 대전의 준비된 반란은 오는 12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FA컵첫 정상 등극을 노리는 수원과 준결승에서 다시 한번 심판받는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