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기업의 최근 실적호조가 착시현상일뿐 경쟁력 수준은 세계 49개 주요국 가운데 중하위권이고, 특히 노사관계의 우호성은 최하위권인 47위로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영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차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국내기업의 해외탈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박 회장의 이런 지적은 차기 정부가 지향할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이자 충분한 설득력도 지니고 있다. 강성 노조에 의한 적대적인 노사관계와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경쟁력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있었음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강성 노조와 경직적인 고용관계다. 국제비교에서 최하위권으로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15년간 근무한 귄터 슈스터 지멘스코리아 사장의 지적대로 이땅에는 '전투적인' 노조가 많아 임금 및 단체협상에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모하고,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기업구조조정을 단체협약으로 정해둔 곳이 적지 않아 정리해고마저 어려운 실정이니 "한국에서 기업하기란 정말 어렵다"는 외국기업의 평가는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실시한 경제자유도 조사에서 한국이 지난 95년 이후 가장 많이 하락한 나라로 꼽히는 이유도 과도한 정부규제 때문이다. 현 정부가 기업개혁이란 명분아래 추진해온 재무구조 개선이나 경영투명성 확보 정책이 위기극복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과는 거리가 멀다. 기업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절차와 규제는 여전히 까다롭고 복잡하다. 여기에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고 공정거래법에서 경제력 집중억제에 초점을 맞추어 왔으니, 오히려 기업간 경쟁이 억제되고 투자의욕이 떨어져 기업의 성장역량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런 열악한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국내외 기업간 경쟁력 격차는 점점 벌어질 뿐이다. 한국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외국기업은 국내에 투자하지 않는 악순환으로 제조업 공동화 현상도 가속화될 것이다. 실업확대와 국력쇠퇴라는 심각한 사태마저 피하기 어렵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시대의 소명이자 한시도 미뤄선 안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