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의 파워콤 인수로 국내 통신시장은 3강체제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그동안 통신사업에서 적잖이 고전해왔던 LG그룹은 이동통신 분야의 LG텔레콤과 유선통신 분야의 데이콤 파워콤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KT SK에 이어 3강의 한축을 형성할 수 있게 됐다. 1대 주주(13.1%)로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하나로통신 경영권까지 장악할 경우 유·무선시장 모두에서 KT와 SK텔레콤이 무시못할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통신시장의 경쟁이 한층 격화돼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값에 질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 데이콤 인수배경 =파워콤 매각주체인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은 민영화 성공을 위해선 매각가격에서 다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차 매각(주당 3만2천원) 당시의 3분의 1 가격인 주당 1만2천원에 매각을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데이콤보다 유리한 지불조건을 내건 하나로통신의 경우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외자로 조달하기 때문에 외국계 투자펀드에 파워콤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파워콤 노조와 하나로통신은 반발하고 있다. 파워콤 노조는 "1차 매각 당시보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지만 매출과 순이익이 두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기업가치가 상승했다"며 헐값 인수로 특혜라고 주장했다. 하나로통신도 29일 성명서를 발표, "항간에서 떠돌고 있는 특혜설이 사실로 증명된 것"이라며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통신 3강 키잡은 LG =LG는 이번 파워콤 인수로 국내 통신업계 '빅3'로 커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파워콤은 KT에 버금가는 13만㎞의 기간망과 가입자망을 갖고 있다. 따라서 LG로선 시외.국제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사업(데이콤), 무선통신사업(LG텔레콤), 통신망 임대사업(파워콤) 등을 종합적으로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하나로통신까지 합세하면 그 시너지 효과는 무시못할 수준이 된다. 현재 데이콤은 가입자망이 없어 각종 통신서비스에서 KT의 망을 빌려쓰고 있으며 LG텔레콤은 파워콤망 일부를 쓰고 있다. 데이콤 관계자는 "LG그룹은 휴대폰은 물론 디지털TV, 개인휴대단말기(PDA), 디지털셋톱박스 등 차세대 단말기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며 "파워콤이란 유선망 확보는 이런 사업을 통신서비스와 연결시켜 상승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인수 의미를 설명했다. LG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파워콤 인수는 데이콤 자체의 생존전략으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하나하나 단계적인 접근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SK와 KT의 반응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당장은 위협적인 존재가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통신시장의 승부는 누가 얼마나 많은 망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의 사업영역은 무선사업에 국한된 상황"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T도 겉으로는 "건전한 시장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표정이지만 LG가 껄끄러운 상대가 될 것이란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유.무선 복합 상품을 내놓고 추격해올 경우 결코 만만찮은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