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개성공업지구법을 발표한 것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려는 북한당국의 의지를대내외에 과시했다는데서 큰 의미가 있다. 북한은 올들어 7.1경제관리개선 조치를 계기로 경제개혁에 본격 착수, 9월 파격적인 신의주행정특별구 기본법을 발표한데 이어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으로 미국과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는 속에서도 이달 들어 금강산관광지구법과 개성공단지구법을 잇따라 채택했다. 일단 경제개혁에 시동을 건 이상 그 어떤 어려운 환경에 봉착하더라도 특구 지정이라는 `정공법'을 통해 난관을 극복함으로써 체제유지의 관건인 경제난을 타개하려는 북한당국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핵개발 파문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는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개성공단 지정을 통해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남북경협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공단법을 통해 투자자의 상속권과 사유권을 보장하고 투자자의 재산을 국유화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으며 광고를 허용하고 공단관리의 책임있는위치에 남한 인사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음으로써 남한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을 유도했다. 개성공단 지정으로 북한은 또 과거 라진-선봉무역지대와 같은 소극적인 경제개혁 정책에서 탈피해 개혁개방정책을 동시에, 그것도 동ㆍ서와 남ㆍ북 양방향에서 폭넓고 과감하게 추진하려는 의도를 알 수 있다. 즉 서쪽에서는 신의주특구와 개성공단, 동쪽에서는 금강산관광지구와 라진-선봉무역지대, 북쪽으로는 신의주와 라진-선봉지역이, 남쪽으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가 설정됨으로써 북한은 동서남북 4개의 방향에서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는셈이다. 북한이 각 특구를 지역적으로 최 변방에 설정한 것은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도자칫 이것이 주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신의주특구를 통해 외국 자본을, 개성공단을 통해 남한의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금강산지구법으로 비교적 손쉬운 관광산업을 통해 경제를 재건하려는북한의 경제개혁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노력과 무관하게 각종 특구가 성공하려면 최대 난제인 북미간 핵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와같이 북미관계의 교착국면이 장기화될 때 특구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북한이개혁개방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국제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개성공단은 남한의 노동집약형 산업을 유치하려는데 주 목적이있는 만큼 중국 베트남 수준의 노동시장을 허용할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발표된세부규칙은 남한 기업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점이 다소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