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2002 컴덱스쇼에서 제시된 화두는 '개인화와 단순화'로 요약된다. 이번 행사에서 각광받은 비전이나 신기술 및 신제품은 이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IT업계는 이 두가지 명제가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진 IT(정보기술)산업을 부활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화=올해 가장 주목받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컴덱스 개막 전야 기조 연설에서 소개한 '스마트 오브젝트'다. 손목시계 열쇠고리 단추 등의 형태로 제품화될 스마트 오브젝트는 컴퓨터 및 인터넷 연결 기능을 갖춰 언제 어디서나 특정 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게이츠 회장은 기조 강연에서 시제품을 들고 나와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 탁상시계 형태의 이 제품은 사용자가 있는 시간대에 따라 시간을 자동으로 맞추고 사용자의 일정을 알려주고 날씨나 교통 상황 등 개인의 일상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개인정보단말기(PDA)가 널리 보급되고 있는 것도 개인화 흐름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개인이 필요한 정보를 담아두고 언제 어디서나 꺼내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태블릿PC나 스마트 디스플레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도 개인화라는 추세에 맞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81년 처음 선보인 IBM PC가 컴퓨터의 대량보급을 가능케했지만 아직 진정한 의미의 '개인용'은 아니다. 이들은 기존 PC의 기능을 대부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도 개인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쓸 수 있다는 점에서 PDA의 약점을 극복,말 그대로 '개인용 컴퓨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화=지금까지 기업들은 필요할 때마다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들여놔 엄청나게 복잡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인력이나 비용이 많이 들고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이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스콧 맥닐리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장은 지난 18일 컴덱스 기조 강연에서 "(IT 시스템이) 복잡해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 결과 IT시스템 관리자들이 엄청난 곤경에 빠져 있다고 강조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도 지난 14일 열린 '오라클 월드'기조강연을 통해 "우리(IT기업)는 너무 많은 제품을 공급해 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통합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라클의 경우 4백여개의 데이터베이스(DB)를 갖고 있어 인력과 비용의 낭비가 심한 것은 물론 원하는 정보를 제때 찾는 것이 어렵다"고 실토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단순화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시스템을 통합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돼 운용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맥닐리 회장은 "통합화가 가능한 제품"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이 분야 연구개발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슨 회장은 '하나의 DB'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세계 모든 DB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정보 이용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미국 기업들로부터 기존 IT시스템을 서로 연계할 수 있는 '통합(Colaboration)'솔루션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2년여 동안 '역사상 가장 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IT업계는 개인화와 단순화의 바람이 회생의 길로 돌아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건수 특파원.김남국 기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