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이틀연속 순매도를 보였다. 12일엔 거래소시장에서만 1천3백억원어치의 주식를 팔았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10월 10일 이후 하루 순매도규모로는 가장 크다. 올 10월에 이어 11월 들어서도 외국인이 순매수행진을 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띠는 변화다. 다행히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이날 종합주가지수의 낙폭은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외국인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인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본격적인 매도로 돌아섰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분간 매수강도는 둔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미국 금리인하 후 달러화 약세가 추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또 외국인 매수세를 끌어낼 요인(모멘텀)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한국증시는 당분간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지수가 좌우되는 '프로그램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매도의 의미 무엇보다 달러화 약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원화가치가 높아질때 외국인의 매수가 들어왔다. 반대로 원화가 싸지면 외국인은 주식을 파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원화가치가 오르는데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최근 환율변동은 주식시장과 관계없이 독립변수로 움직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린데 반해 유럽에선 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해 달러화 약세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선임연구원은 "달러화 약세에는 미국경기 침체와 이라크전쟁 발발 가능성의 우려가 담겨 있다"며 "이에 따라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SK증권 조대현 팀장은 "이달초 외국인의 매수세는 14일 MSCI지수 편입교체를 앞두고 유망종목에 대한 선취매 성격이 있었다"며 "모멘텀이 사실상 종결되면서 매수 강도가 현격히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까 키는 미국시장이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날 외국인의 매도종목은 수출관련주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이 타깃이었다. 반면 LG화학 하나은행 대구은행 호텔신라 등 경기방어주에는 매수세가 이어졌다. 적극적인 매도공세보다는 종목 교체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에셋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주가가 많이 올랐던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올 상반기처럼 매도세가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저점을 확인한 이상 종합주가지수가 내려갈수록 매도물량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매수 강도가 관심사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긴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미국내에서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높다.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미국경기 침체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공격적인 매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 이 실장은 "대형주의 경우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주가가 큰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중소형주 중 내수우량주나 경기방어주를 선별해 투자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