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언급하고, 통합 21측이 이를 `전향적 자세'로 평가하며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단일화 논의가 급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 21 양측은 11일 그동안 국민경선제 도입 여부를 둘러싼 해석 차이로 난항을 보였던 협상을 재가동시켜 여론조사를 포함한 모든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본격 협상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대선 일정을 감안해 단일화 논의를 빠르면 13일께 매듭지은 뒤 당장주말부터라도 8개 권역별 TV 토론에 들어가 후보 등록일 직전에 후보 단일화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 후보의 제안에 대해 통합 21측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내놓지 않고있고, 후단협을 협상 주체로 참여시키는 문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의 방법론상문제 등이 남아 있어 향후 논의에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 전날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협상 수용의사를 시사한 노 후보는 이날도 "정권은 후보가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하는 것"이라며 "유권자의 단일화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대방이 내거는 어떤 조건이라도 국민이 충분한 검증기회를 가지면 된다고 협상의 지침을 주는것이 좋겠다고 결심했고, 어제 선대위에 이런 의견을 전하고 융통성있게 협상에 임하라고 했다"면서 "정치는 결단"이라고 도 말했다. 자신의 여론조사 수용 발언이 고심끝에 내린 결단이며,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는 선출 방식보다는 `검증'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노 후보의 속내도 담겨있다. 지난 국민경선 당시처럼 활발한 TV 토론을 통한 검증이 이뤄진다면 당장의 지지율 차이는 극복할 수 있고 `제2의 노풍'도 가능하다는 전략적 판단인 것이다. 또한 `국민이 참여하고 호응하는 경쟁적 방식' 발언으로 통합 21측의 사과요구를 받고 있는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공식 사과의 뜻을 밝히겠다. 그 이상의 것이라도 하겠다"며 "빨리 만나 논의를 재개하자"고 촉구했다. 노 후보의 단일화 의지가 확고한 만큼 `사소한' 문제로 협상의 발목을 잡히지않겠다며 통합 21측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민주당은 통합 21측이 `협상테이블에 후단협도 참여시키자'는 요구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李海瓚) 협상단장은 "협상 주체가 양 후보 진영이어야지 다른 사람이 참여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도 "그러나 참여는 안시키되 포용하는 쪽으로 내부입장을 정리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미 여론조사 방법론은 당내 반노 진영인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 제시한안이고, 후단협 내 여러 의원들도 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자신감의 반증이다. 그러나 이날 협상 테이블에는 여론조사 방법론보다는 경선방안을 우선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합 21도 현재지지도가 하락추세여서 절충형 경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몽준 = 정 후보는 노 후보의 전격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면서적극적인 협상을 강조했다. 그는 "노 후보 제안을 주목하고 있으며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모든 것은 당내 대책기구가 전권을 갖고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통합 21은 노 후보의 갑작스런 제안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협상의물꼬가 트였다"는 기대감을 드러냈으나 제안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이날 후보단일화 방안을 논의한 대책회의에서도 노 후보측의 `의도'에 대한 집중 검토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 참석자는 "우리가 선공을 당했다"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정 후보는 "협상을 적극 진행, 단일화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것으로 알려졌다. 이 철(李 哲) 협상단장은 "노 후보가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면서 "내부 입장을정리,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TV 토론을 실시하자는 것은 사실상 이미 합의된 것"이라며 "여론조사결과 오차범위내에서 갈리더라도 0.1% 포인트가 높은 쪽으로 단일후보가 결정돼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내에선 노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김민석(金民錫) 선대위 총본부장은 민주당 이호웅(李浩雄) 의원 발언과 관련, "큰 길 가는데 돌멩이를 보고 갈 수 있느냐"며 이 의원의 사과가 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나는 원래 국민경선을 선호했다"고 강조했다. 이 철 단장도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은 모두 검토할 수 있다"면서 "저쪽은여론조사를 하자고 하고, 우리는 민주당식만 아니라면 국민경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지적했으나 "민주당 방식이 너무 급진적이어서호응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당내에서는 이와 관련, 여론조사 방식에 양당이 동등 비율로 추천하는 선거인단을 구성, 경선에 참여시키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hjw@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김현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