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주택소유자들의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소비자 파산보호 신청이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중에서도 주택소유자들의 파산보호신청 사례가 특히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비영리단체 '미국 파산연구소'(ABI)에 따르면 '파산보호법 13조'에 의거한 주택소유자 파산보호신청은 지난 2.4분기중 작년동기대비 8% 늘어났다. 이에 비해 이 기간 전체 개인 파산보호 신청 증가율은 3%에 못미쳤고 소비자 파산보호 신청의 주류인`파산보호법 7조'에 의거한 신청사례는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소유자 파산 폭증은 미상환 모기지(주택저당대출) 부채총액이 불과 4년만에 50%나 불어난 5조7천억달러에 이르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하버드 법대의 엘리자베스 워런(여) 교수는 주택소유자들이 끌어다 쓴 모기지관련 부채규모와 개인파산 급증현상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워런 교수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5년전 45만건 안팎이었던 주택소유자 파산보호신청 사례가 작년에는 사상최고기록인 75만건으로 "급증"했다. 그는 이에 대해"단지 시작일 뿐"이며 향후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모기지 부채의 급증이 저리자금으로 더 크고 비싼 집을 사려는 세태에도 일부 기인하지만 집을 담보로 여기저기서 많은 가용현금을 끌어다 쓴사람들에게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양대 주택모기지기관의 하나인 `패니 메이'(연방저당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을 이중담보로 해 대출을 받은 주택소유자가 5명중 한명꼴로 이들 가운데 30%는 다른 부채를 갚는데 이 대출금을 썼다. 이러한 추세는 신용카드 부채증가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끔찍한 재앙"이라고워런 교수는 걱정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카드가 대부분인 '리볼빙' 부채가 지난 5년새 매년 5%이상 늘어났고 올해도 다시 비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기지의 '유질'(저당물 권리상실) 비율이 사상최고기록인 1.2%에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 옹호론자들은 개인파산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부채 때문이라기 보다 가족중에 위급한 환자가 생겼을 때나 이혼, 또는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일어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신용카드 빚이나 기타 단기채무를 갚기 위해 집을 굴려 현금을 만들어보려는 '야바위'에 심취한 주택소유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게 파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전략'은 비상시 "빠져나올 구멍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이들 전문가는 지적하고 있다. 한편 미 의회에서는 '파산보호법 7조'보다는 '13조'에 의거한 신청을 장려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지난 회기에 상정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파산보호법 13조'는 `유질'을 피할 수 있는 대신 이에 의거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주택소유자로서는 모기지 대출연체금의 최장 5년 분할상환 및 추후 도래분의 제때 상환에 동의해야 한다. 반면 '파산보호법 7조'에 따른 신청자는 거의 모든 부채를 탕감받을 수 있지만 집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보호받을 수 없게 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