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자마다 선거구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동안 대부분의 후보들은 상대방 흠집내기에 골몰한 나머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데는 다소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제는 정치철학과 신념, 집권 후의 의지 등이 담겨 있는 청사진을 명확히 밝혀야 할 시점이다.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선거 구호는 외교 안보 민생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그중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골메뉴는 디지털 또는 정보통신사회에 대한 것이었다. 역대 대통령 후보들은 '작고 강한 정부 구현' '국민의 정부' '전자정부 및 모바일 정부' 등 나름대로의 깃발을 내걸고 선거에 임했다. 그리고 당선된 뒤에는 그 깃발에 담긴 뜻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아직 디지털 세상에 대한 특별한 구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후보의 약점 들추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전자정부 및 모바일 정부의 실천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터넷 국가가 되어서일까? 아니면 어떤 디지털 세상이 도래할지 몰라 고심하고 있는 탓일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이제 성숙된 디지털 세상을 맞는 차기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이룩할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어 국민에게 널리 알릴 때가 됐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국민지향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투명한 전자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이 정부 또는 정부의 행정 서비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행정 인프라의 개혁'이었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모바일 정부 서비스'는 유무선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상황에 장애를 느끼지 않고 쉽게 정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한 것이었다. 이제 디지털 정부는 '감성 정부(Emotion Government Service)의 구현'으로 이어져야 한다.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기술이 국민의 희로애락을 최대한 고려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서비스로의 진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술인식-상황인식-감성인식'으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세상의 흐름을 반영한 진화다.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동안 꿈에 찬 미래를 담은 건설적인 소망과 대화들이 오고 가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 (주)에스이 사장 kangsehoh@dreamw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