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7월 제2차 세계대전 중 그린란드 빙하에 동체착륙한 뒤 눈과 얼음에 묻혀 있던 미군 전투기가 지난 26일 60년만에 비행에 성공했다. 프로펠러가 돌고 두 대의 엔진이 활기차게 움직이자 시험비행에 나선 조종사 스티브 힌톤은 P-38 전투기를 이륙시킨 뒤 30분 동안 날았다. 작은 켄터키 동부 마을 미들즈브러에 모인 2만여명의 관객들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이날의 주인공인 전투기는 당시에는 가장 빠른 기종이었다. 당시 구조대는 개썰매를 열흘간 타고서야 현장에 도착,P-38 전투기 6대와 폭격기 2대의 승무원 25명을 무사히 구조했다. 하지만 전투기들은 현장에 방치됐고,눈과 얼음속에 묻혔다. 전투기들은 미들즈브러의 사업가인 로이 쇼프너가 아니었다면 영영 잊혀진 존재가 될 뻔했다. 그는 젊은 시절 피스톤 엔진과 프로펠러로 상공을 휘젓는 P-38기에 매료돼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투에 나서기에 너무 어려 시속 6백40㎞를 비행할 수 있는 P-38기를 조종할 수 없었다. 미국은 당시 1만여대의 P-38기를 생산했으나 현재 24대만이 남아있고 이 가운데 몇대만이 날 수 있다. 쇼프너는 지난 92년 여름 P-38기중 한대를 발견했다. 그가 그린란드에서 사고 비행기들을 발견했을 때 전투기는 25층 높이(81m)의 눈과 얼음에 처박혀 있었다. 동체 회수팀은 전투기가 있는 곳까지 1.2m넓이의 터널을 뚫기 위해 뜨거운 물을 쏟아부었다. 전투기 해체 및 회수에 4개월가량이 걸렸고 그 비용만 63만8천달러나 들어갔다. 쇼프너는 10년에 걸쳐 '빙하의 소녀'라 이름붙인 이 전투기 원형복구에 주력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