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가 경쟁지인 워싱턴 포스트와 줄다리기 끝에 양사가 공동 소유해온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의 워싱턴 포스트측 지분을 인수키로 합의한 후 이 거래에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타임스는 23일자 경제면 섹션 기사에서 뉴욕 타임스가 워싱턴 포스트의 IHT 지분 50%를 7천500만달러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에 매입키로 하고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사실관계를 전하면서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뉴욕 타임스의 '협박'과 이를 유감으로 생각하는 워싱턴 포스트 쪽의 반응 등을 소개했다. 타임스의 기사는 "이 거래로 두 회사는 35년간에 걸친 이례적 동반자 관계를 청산했으나 타임스 경영진이 거래 성사후 돌린 사내 메모에서 포스트를 '더할나위 없는 동반자'로 칭송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리가 결코 우호적인 가운데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또 거래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타임스 경영진의 태도를 비판하는 포스트 경영진의 사내 메모를 상세히 인용했다. 이 메모에서 워싱턴 포스트 경영진은 "타임스가 포스트쪽 지분을 매입하지 못할 경우 IHT와 경쟁하게 될 독자적인 해외판을 창간하고 이 신문의 적자를 메울 자금지원도 봉쇄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메모는 "뉴욕 타임스의 새로운 해외판 창간은 가뜩이나 판매와 광고에서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IHT에 큰 타격이 될 것이 분명했다"고 밝혀타임스의 '협박'에 마지못해 지분을 매각해야 했던 포스트 경영진의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뉴욕 타임스의 기사는 포스트의 도널드 그레이엄 회장과 레너드 다우니 편집국장과 한 인터뷰 내용도 소개했다. 그레이엄 회장은 타임스의 접근법에 놀랐느냐는 질문에 "음.."이라는 말로 긍정적 답변을 대신하면서 "우리가 더이상 IHT의 한 부분이 아닌 것이 유감스럽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우니 편집국장은 "우리는 타임스와 동반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타임스가 헤어지자는 제안을 했을 때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 기사는 워싱턴 포스트의 입장은 이처럼 상세히 전했으나 자사의 입장은 "이것은 상호간의 결정이다. 포스트의 사내 메모에 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대변인 언급만 간단히 반영했다. 회사로서는 껄끄러운 거래과정을 거침없이 소개하면서 자사의 해명보다는 상대방의 불만을 훨씬 더 크게 다룬 이 기사는 뉴욕 타임스의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온 경영과 편집의 완벽한 분리를 반영한 사례로 평가된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