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초당적 국정운영 기구를 .. 崔洸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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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洸
대선 정국의 와중에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대내·외적 경제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데도 대선후보와 여·야는 나라와 경제문제는 외면한채 눈만 뜨면 상대에 대한 비방에만 몰두하고 있어 국민들은 한숨 짓고 있다.
어느 누구도 책임 있는 자세로 국정 운영에 임하지 않아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을 만들어 낼 실력이 부족하고,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과 지도력이 부족한 데 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정치권이라고 모를 리 없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초당적 비상경제대책 기구의 구성을 제의했고,민주당은 여·야·정 정책협의회 구성 및 후보들과 대통령간 경제영수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오죽이나 뒤통수가 따가웠으면 눈감고 아웅 할까? 그러나 초당적 국정운영을 제안한 당사자들도 진지한 바가 없고,국민들은 처음부터 기대밖이다.
지난 5년 동안 대통령과 야당 총재간 모두 8차례에 걸친 영수회담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여·야 정책협의체가 다섯번이나 구성되었지만 국가에 도움 되는 그 무엇을 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언제나 상대방 때문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뿐이었다.
국가 운영은 무척이나 힘든 것이다.
그 힘든 것을 말장난으로 하거나 편법을 동원하여 손쉽게 하겠다는 발상이 문제이다.
대통령이 왜 되려고 하는가? 보통 사람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모두 소신과 철학이 있다.
하물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자들이 빈말을 하여서야 되겠는가? 국민들은 하기 쉬운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실천하는 행동을 보고 싶어한다.
유력 후보 세분 모두 현직 국회의원이거나 전직 의원이었던 분인데,그렇게 많은 공약을 내면서도 정작 말 많은 국회를 어떻게 개혁하고 국회의 정책 기능을 어떻게 강화하겠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그러면서도 초당적 경제대책 기구의 구성에 대한 논의가 여·야로부터 동시에 나오니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여·야 정치권이,그리고 대선 후보자들이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경제를 걱정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열려있는 국회가 국정토론의 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각 당의 대통령선거조직에서 현직 국회의원을 모두 축출하라! 국회가 열려있는 동안 국회의원이 국정을 제쳐놓고 대선과 관련된 일에 전념한다면 국민의 세금에 의한 세비는 반납하는 것이 마땅하다.
즉흥적·한시적인 경제대책 기구가 아닌 상설기구로 '국정국민회의(가칭)'를 국회 내에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국정 운영에 경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경제가 전부일 수는 없다.
국정국민회의의 역할은 우리 나라가 나아가야 할 역사적 방향과 바람직한 사회의 밑그림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차원에서 그려보는 데 있다.
국가 정책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주축으로 공론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정치적 이해가 있는 사람이 정책을 결정해서도 안되며,내용을 잘 모르는 아마추어에게 국정을 맡겨서도 안된다.
국정국민회의는 정당의 추천을 받되,자기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전문가이면서 사회의 존경을 받는 분들로 구성,평상시에는 국정의 큰 흐름을 짚어서 국회의 입법활동을 도와주고,비상시에는 초당적 정책자문기구로 역할하도록 하면 된다.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그리고 해야 되는 일은 기본적으로 두가지다.
하나는 우리 사회의 각종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민을 설득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도력 발휘는 지도자 역량의 문제이나 청사진과 비전의 제시는 국정국민회의의 도움으로 가능해 진다.
현재 여·야의 입장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는 영원하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국가를 위해 큰 일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데,그렇다면 여·야 후보가 동시에 제안한 초당적 국정 운영의 틀을 대선 전이라도 못 만들리 없다.
여·야나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위기 시에는 물론 평상시에도 국정운영의 좌표를 제시할 국정국민회의를 서둘러 구성하자.
choik01@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