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워싱턴 일대 연쇄 저격 살인 사건이 17일(현지시간) 발생 3주째로 접어들었으나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수사에 활기를 띠게 했던 한 목격자의 진술과 범행에 사용된 차량 및 총기에 대한 설명이 모두 허위이거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수사가 사실상 답보상태에 빠졌다. 수사 총책임자인 찰스 무스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국장은 "충분히 조사해본 결과 범행에 쓰인 크림색 밴을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또 여러 언론에 보도된 특정 총기류와 저격범에 대한 설명도 믿을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무스 국장은 심지어 경찰이 목격자의 엉터리 진술 때문에 `수사상 잘못된 길로 빠져들었다'는 지적에도 "그렇다"고 시인했다. 따라서 경찰을 비롯해 연방수사국(FBI) 요원 400명, 연방알코올.담배.화기국(ATF) 요원 390명, 공원경찰 등이 총동원되고 전례없는 군의 RC-7 정찰기 지원까지 받은 이번 수사는 현재 막다른 벽에 부딪힌 양상이다. 지난 14일 밤 11번째 피해자인 전직 FBI 요원 린다 프랭클린(47)이 버지니아주폴스 처치 인근 쇼핑몰에서 피살된 직후 처음 등장한 목격자는 용의차량인 크림색 밴의 후미등이 깨져 있었고 저격범은 거무스름한 인상에 중동계 또는 히스패닉계로 보인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잇따라 내놓아 수사가 급진전되는 듯 했다. 또 저격 현장에서 수거된 5.56㎜ 구경 탄환을 쓰는 AK-47 소총이 이번 범행에 사용된 총기임을 확신할 수 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경찰은 그러나 전국에 내렸던 흰색 계통의 시보레 아스트로 밴 및 포드 이코노라인 밴에 대한 수배령을 불과 이틀만에 철회했다. 경찰은 총기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한 결과 범행 현장에서 나온 탄환으로 추정할 수 있는 총기류는 30가지가 넘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저격범 인상 착의에 대한 진술도 몽타주를 작성하기는 커녕 `남자라는 점' 외에는 아무런 단서가 될 수 없는 수준으로 드러났다. 연방검찰에서는 목격자의 진술이 수사를 오류에 빠뜨린 것으로 밝혀질 경우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수사팀은 목격자 진술에 의한 단서 포착에 실패함에 따라 각종 도로와 주차장, 쇼핑몰 등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통해 실마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폐쇄회로 감시 카메라 전문가들은 미국민이 평균적으로 하루 8번에서 10번 정도각종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저격범이 어디선가 카메라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9.11 테러범 모하메드 아타가 범행 하루 전 은행 현금 입출금기와 주유소. 월마트 등에 설치된 여러 카메라에 찍혔던 것처럼 지하.지상.상공을 빈틈없이 커버하고 있는 각종 카메라가 의외의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AP.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