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 운천리 영북농협에서 발생한 총기강도사건은 범행 소요시간, 범행수법 등을 종합해 볼때 평소 치밀한 준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치밀하고 신속한 범행 K-1 소총을 들고 군용 스키마스크(복면)를 한 남자 1명이 농협 후문을 통해 객장 안으로 들어선 시간은 11일 오후 3시 55분. 이 남자는 들어오자 마자 공포탄 1발을 천장에 발사, 직원들의 위협한 뒤 직원들이 창구 3곳에서 현금 2천500만원을 가방에 담아 건네자 그대로 후문으로 달아났다. 경찰의 폐쇄회로TV 분석 결과, 이 강도 용의자가 농협 점포 안에서 범행한 시간은 정확히 1분 24초가 걸린 것으로 판명됐다. 실탄이 장전된 소총으로 무장했다고는 하지만 혼자 들어와 농협 직원 7명을 제압한 뒤 현금 2천500만원을 담아 나가기에는 너무도 빠른 시간이다. 또 강도 용의자는 직원들이 돈을 가방에 담는 동안 농협 CCTV의 촬영범위 밖에몸을 감추는 등 농협 안 구조를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용의자는 누구? 현재까지의 경찰의 수사와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강도 용의자는 모두 2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1명이 더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확보돼 3명일 가능성이열려 있는 상태다. 일단 용의자들이 사용한 총기와 복장, 목격자들이 본 차림새 등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군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인들이 구하기 어려운 군용 K-1 소총과 군용 연막수류탄이 범행에 사용된점이 가능성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으며 도주 승용차에 타고 있던 남자가 군복차림에짧은 스포츠형 머리였다는 점이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과 군은 연막탄의 출처에 대해 역추적하고 있으나 용의자들이 출처를 숨기기 위해 고유번호를 지워 식별이 곤란한 상태다. 그러나 군.경은 영외 거주군인들과 군인 아파트 등을 상대로 관련자들을 찾고 있다. 이와 함께 일반인이 군인을 가장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군복과 군용 스키마스크 등을 판매하는 군장판매업소들을 상대로도 수사를 벌이고있다. ▲추가 범죄 가능성 경찰은 강도 용의자들이 치밀하고 신속하게 범행을 저질렀으며 민간인 2명에게총상을 입혔으나 이들이 전문적이거나 '막가파식' 으로 추가 범행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K-1 소총을 든 강도 용의자가 농협 후문 앞에서 뒤따라온 농협 과장과 마을 주민에게 총을 쏘고 연막탄을 던진 것은 극도의 긴장감과 불안감이 만들어낸 자기방어적 행동일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분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10여m도 안되는 근접거리에서 총을 발사했으나피해자들이 비교적 경상을 입은 것은 살해 목적보다는 '추적하지 말 것' 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총을 발사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용의자가 사람을 살해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용의자는 어디에 사건발생후 경찰은 군부대와 합동으로 경찰관과 전.의경 등 7천500여명을 투입,검문검색을 벌이고 기동대를 동원해 인근 산악에 대한 수색을 벌였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하루가 지나도록 용의자들이 포착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경찰의 추적이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포천을 빠져나갔거나 아니면 오히려 포천 인근에잠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훔친 번호판을 부착한 지금까지의 범죄와는 달리 승용차 앞.뒤 번호판을 프린터로 인쇄한 가짜번호가 적힌 종이를 붙힌 것은 사건현장과 가까운곳에 이들의 은신처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긴박하게 도주하면서 중간에 내려 종이번호판을 떼어낼 여유가 없고 종이 번호판을 달고 장거리를 도주하기가 어려웠을 점 등으로 미뤄 농협에서 10여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 자신들의 은신처에 들어가 종이로 만든 번호판을 떼어낸 뒤 다시 모처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포천=연합뉴스) 김인유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