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비롯한 개도국 진영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협상과 관련해 미국과 농산물 수출국 모임인 `케언즈그룹'의 농산물 시장 자유화 주장에 적극 가담하고 나서 한국 정부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차 WTO 무역협상위원회(TNC) 회의에 정부수석대표로 참석한 이재길 외교통상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실장은 5일 "지난 7월의 제3차 TNC 회의와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왔던 개도국들이 보조금 감축과 관세인하 등 농업분야의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날 귀국에 앞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이번 회의에서는 농업시장 개방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다뤄졌으며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강조하는 이른바 `NTC그룹'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공격의 강도가 거셌다"고말했다. 앞서 수파차이 파닛팍디 WTO 사무총장은 4일 오후(현지시간) TNC 회의 폐막직후 한갑수 농어촌특별대책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도하개발아젠다(DDA)'라는 뉴라운드 협상의 명칭에도 알 수 있듯이 개도국의 입장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농업이 개도국의 중요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고 협상 분위기를 전달했다. 개도국 진영은 요하네스버그 지구정상 회의를 계기로 선진국의 보조금 지급 감축과 주요 농산물의 관세 인하 등 농산물 시장의 자유화가 지속가능한 개발의 첩경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제네바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 케언즈그룹을 주도하고 있는 호주 대표는 유럽의 소는 하루에 2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으나 전세계 인구의 29%에 해당하는 12억 인구는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연명하고 있다면서 직설적인 표현으로 유럽연합(EU)의 농업보조금 문제를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케언즈 그룹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과 WTO 사무국 내부에서는 NTC 국가들이 농산물 시장접근에 관한 구체적인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DDA 협상을의도적으로 지연시키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이 실장은 오는 2004년으로 예정된 쌀 재협상과 관련해 한국의 쌀시장 개방에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하면서 중국과 개도국이 케언즈그룹에 동조하지 않도록 대응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실장은 올 연말까지 완료하도록 되어 있는 개도국특별우대와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이행문제, 그리고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등 공중보건에 대한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 협정의 재해석 문제 등을 원만히 타결하는데 있어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범부처 차원에서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DA 협상 전반을 관할하는 특별기구인 TNC는 내년 3월말까지 농업협상의 기본원칙에 관한 합의안을 마련하도록 시한을 정해놓고 있으며 그 결과는 쌀재협상을 비롯한 한국의 농산물 시장개방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