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난 1백년 동안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의 인구학자 새뮤얼 프레스턴 교수는 인구학적 추정을 통해 '지난 20세기 중 사망률을 낮추지 않았다면,미국 인구 4분의 1에 해당하는 6천8백만명은 태어나기는 했지만 2000년 현재까지 살아 있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률이 낮아지지 않았다면,미국 인구의 또 다른 4분의 1은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 혹은 가까운 조상이 자손을 낳기 전에 죽어야 했기 때문에 아예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000년 현재 살아 있는 미국 인구의 절반이 20세기에 이루어진 사망률 감소 덕분에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문명이 진보함에 따라 인간의 평균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도 여성은 80세에 달하고,남성의 경우 72세를 넘고 있다. 사망 위험성이 가장 높은 0세부터 1세 사이의 유아사망률이 크게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고령층의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짐으로써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인 과학전문학술지 '사이언스' 5월호에 실린 연구결과를 보면,인간의 평균수명에 관한 한 인구학자들의 예측은 계속 틀리고 있다. 평균수명은 늘 인구학자들이 예측해온 나이를 뛰어넘어 이제는 그 상한선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평균수명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평균수명에 큰 차이가 있었지만,오늘날 그 차이는 현저히 좁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명도 아직 선진국보다는 낮지만,과거보다는 차이가 훨씬 줄어들었다. 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 이하로 떨어지면서 세계는 고령화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60세 혹은 65세 이상의 노년이 전체 인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노인 부양,노동력 부족 등 과거에는 걱정한 적이 없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우리 사회도 출산율 수준이 지나치게 낮고,그 결과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으며,그로 인한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부도 서서히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령화사회의 원인인 낮은 출산율,고령층의 취업문제,가까운 미래 노동력부족 등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그것이다. 그러나 고령화사회의 여러 문제 가운데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지 않는 것이 '후기노인(80세 혹은 85세 이상)'의 증가와 그에 따른 대책이다. 모든 연령층에서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지만,세계적으로 사망률의 감소가 가장 두드러지는 연령층이 바로 후기노인이다. 사망률의 감소로 후기노인층의 증가 속도가 빨라져 전체 인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젊은 노인'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선진국처럼 후기노인의 비중이 높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층의 사망률이 낮아지고 후기노인 비율이 점차 높아져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후기노인층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회적 부담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류의 사망원인 1위인 암 발생에 관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데,이 암을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로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연령 효과'다. 사람의 나이 60세가 넘으면 해가 갈수록 암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비록 고령층 사망률이 낮아져 평균수명은 높아지고 있지만,후기노인들은 연령 효과 때문에 각종 질병에 잘 걸리고,그 결과 건강하지 못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가능성이 많다. 즉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해진다. 사회의 도움과 보호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노인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이 후기노인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대비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와 있다. kseun@aks.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