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학의 명문인 게이오(慶應)대 인맥이 고이즈미 2기 내각의 경제팀을 장악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달 30일 단행한 개각에서 도쿄대 법학부 출신인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금융상과 와세다(早稻田) 법대출신의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농수상이 경질됨에 따라 내각 경제팀은 게이오대 인맥 일색으로 탈바꿈했다.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를 정점으로 시오카와마사주로(鹽川正十郞) 재무상,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赴夫) 경제산업상,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농수상이 모두 게이오대 출신이다. 여기에다 히토쓰바시(一橋)대를 졸업했지만 게이오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상은 이번 개각에서 유임에 성공한 것은 물론 금융상 자리까지 꿰찮고 앉았다. 이런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내 `파벌파괴'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학벌'은 깨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를 입증할만한 일화가 최근에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지난 8월초 일본 정부는 오는 2004년부터 1천엔, 5천엔, 1만엔권을 대신할 새 지폐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1천엔과 5천엔권의 인물초상은 바뀌지만, 1만엔권의 경우에는 현재의 후쿠자와 유키치 (福澤諭吉) 초상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고이즈미 총리와 시오카와 재무상이 게이오대 설립자인 후쿠자와를 `예우'하기위해 초상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일본 의회연설에서 영어의`컴페티션(competition)'에서 `경쟁(競爭)'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인물이 후쿠자와유키치라고 소개, 연단 아래에 있던 고이즈미 총리를 `기쁘게' 한 적이 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