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인수.합병)가 진행중이거나 우려되는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골몰하고 있다. M&A세력의 "창"을 막기위해 "방패"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대흥멀티통신의 최대주주인 정봉채 대표는 지난달26일과 27일에 걸쳐 장내에서 22만9천여주를 매입했다고 1일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정 대표는 지난달 23∼25일까지 61만3천여주를 사들인 바 있다. 정 대표는 지분매입에 대해 "경영권 안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매입으로 정 대표의 지분율은 18.8%에서 22.7%로 높아졌다. 대흥멀티통신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급락해 기업가치 아래로 떨어져 적대적 M&A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정 대표가 지분을 늘렸다"고 전했다. 최근 아이비씨앤파트너스에 최대주주 자리를 빼앗긴 케이디케이의 하연수 대표도 지분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아이비씨앤파트너스의 지분율은 13.3%이며 하 대표의 지분율은 7.4%다. 케이디케이 관계자는 "7.1%로 3대주주인 지누스가 백기사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아이비씨앤파트너스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다면 하 대표도 지분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엔터원은 백기사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한 사례다. J&C캐피탈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던 씨투커뮤니케이션이 페가수스캐피탈아시아를 백기사로 끌어들여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페가수스는 이상백 대표를 유임시키는 한편 데니엘 조를 엔터원의 부회장으로 앉혀 경영권 행사에 들어갔다. 서울시스템은 이사 선임 및 이사회 소집 요건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적대적M&A에 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27일 주총에서 이사 선임 요건을 전체 발행주식의 50% 이상 찬성으로 바꿨다. 또 이사진을 4명으로 제한하고 이사회를 소집하기 위해선 3개월 전에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서울시스템의 최종표 사장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고 주가도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불순한 의도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있다고 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홍기태 새롬벤처투자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은 소액주주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자금여력이 없는 오 사장은 홍 사장과의 머니게임은 불리하다고 보고 임시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에게 호소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경영권 방어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