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연구중심대학들이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대학은 해외에 분교를 설립하고 대학간 학점을 공유하는 등 대책마련에 온힘을 쏟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일본 도쿄공대의 아이자와 마스오 학장, 중국 과학기술대 주칭쓰 총장, 대만 국립대만대 첸웨이자오 총장,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홍창선 원장 등 대표적인 아시아 연구중심대 총장들을 초청, 최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덕의 KAIST에서 열린 동아시아 연구중심대학협의회(회장 대만대 첸웨이자오 총장)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 참석자 > 아이자와 마스오 < 日 도쿄공대 학장 > 주칭쓰 < 中 과학기술대 총장 > 첸웨이자오 < 대만 국립대만대 총장 > 사회 : 홍창선 < KAIST 원장 > ----------------------------------------------------------------- △ 홍창선 원장 =한국에서는 대학 총장들이 요즘 굉장히 예민해져 있다. 이공계 학생이 줄어들면서 학과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연구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공계 학생 유치가 시급한 과제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나라의 연구중심대학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 △ 아이자와 마스오 학장 =일본에서도 젊은이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쿄공대는 최근 태국에 분교를 세웠다. 이 분교에서는 위성을 이용해 일본으로부터 강의를 듣는다. 지금까지는 IT(정보기술) 등 몇몇 분야만 원격강의를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모든 이공계 분야로 넓혀 나갈 방침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외국의 우수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이공계 대책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한다. △ 주 칭쓰 총장 =중국은 연구중심대학을 키우려는 계획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학에선 제조업 기능인력과 연구중심 인력을 분명히 구분해서 키운다. 모든 인력이 이공계로 진출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공계 고급두뇌가 전 인구의 5%만 되어도 충분하다고 본다. △ 첸 웨이자오 총장 =대만에서도 이공계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대만에서는 화학 물리학 전공자가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이들이 의과대 등으로 전공을 바꿔버리면서 이공계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아이자와 학장 =일본에서는 과학분야의 석.박사 지원자는 줄고 있다. 그러나 공학분야는 아직까지도 인기가 있다. 특히 경영과학이나 경영기술 등 경영과 과학이 접목되는 분야에는 많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중.고등학교의 교육에 있다. 중.고교에서는 수학과 물리학 과목 수업을 줄이고 있으며 물리학 등을 아예 가르치지 않는 학교도 있다. 대학원은 연구학생들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뛰어난 학생이 들어오고 이들을 어떻게 훌륭한 연구자로 키우느냐가 관건이다. 일본 대학들은 뛰어난 학생을 교육시키기 위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다. △ 홍 원장 =연구중심 대학으로서 연구의 질을 높이는게 시급한 과제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는 학생들에게 글로벌 리더십을 키우고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관심을 갖도록 가르치고 있다. 바이오시스템분야나 문화기술 등 학제간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야를 새로 마련하고 있다.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대학간 동질성과 이질성을 추구하면서 교육적 질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 아이자와 학장 =연구중심대학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제간 접근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 첫 시도로 지난 4월 봄학기부터 도쿄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있는 4개 국립대학들이 학점공유제를 도입, 실시했다. 이 제도에는 생명과학과 의공학 등 9개 과목이 포함돼 있으며 신청에 의해 선발된 학생들은 다른 대학에 가서 수강할 수 있다. 현재 86명이 선발돼 있으며 도쿄공대가 51명을 차지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학부 과정에서도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주 총장 =중국 연구중심대학에서는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 요원이 크게 부족하다. 특히 첨단과학분야에서는 자질있는 교수 요원을 찾기가 힘들다. 이로 인해 해외에 있는 중국출신 교수들을 객원 교수로 초청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소프트웨어 경영 과목의 경우 중국에서는 교수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우수 인력을 초빙, 이 분야를 강의토록 했다. 1년이나 2년간 객원교수로 몸담으면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하는게 보통이다. △ 홍 원장 =동아시아 연구중심대학들간 협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워크숍 및 국제심포지엄 등을 통한 교류는 물론 학생들간 교류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첸 총장 =현재 서울대 도쿄대 대만대 등 국립 종합대들은 학점 교류 등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초보단계에 불과하다. 학생들간 교류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 장벽이다. 언어문제가 해결돼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 주 총장 =중국에서도 영어능력의 부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과학기술대도 영어 강좌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제3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큰 불편을 느끼고 있다. △ 아이자와 학장 =도쿄공대에서도 의사소통 문제가 최대 관건이다. 국제적인 공동 연구개발을 하기 위해선 우선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학교간 문화적 차이에다 언어 장벽까지 겹치면 국제교류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 홍 원장 =우선 쉬운 것부터 협력하면서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연구중심대학들을 연결할 있는 고리를 찾아내야 한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산업기술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