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새로운 주말 풍속도 .. 안종운 <농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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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ahn@maf.go.kr
외국인들로 혼잡한 세계적인 명소 베르사유 궁전의 대정원 안쪽에는 이른바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가 있다.
외국인들은 거의 없지만 파리 시민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바로 프랑스 최대 규모의 채취(採取)농장이다.
전체 규모가 약 1백㏊(약 30만평)며 입장료가 무료인 이 농장에서 파리 시민들은 늦가을에 사과 양상추 당근 등 농작물을 채취하거나 산책하는 등 자연과 접하면서 편안하고 여유있게 휴일을 보낸다.
일본 도시민들도 주말에 자신이 빌린 농장에 가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한다.
일본은 도시민의 여가활동을 위해 지방공공단체나 농업협동조합이 농지를 3백평 이하 단위로 5년동안 시민들에게 빌려주는 시민농원제도를 10여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교통수단이 편리해지고,주5일 근무제 확산 등에 따라 주말이면 농장에 가서 휴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3백여개소가 넘는 주말농장이 일본의 시민농원과 유사한 임대차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약 5만가구가 평균 5∼10평 정도의 농지를 빌려 주로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고추 상추 토마토 배추 감자 등 각자의 기호와 취미에 따라 다양한 무농약 유기농산물을 가꾸고 있다.
한 유력한 기업의 CEO는 자신의 농장에서 채취한 농작물을 직원에게 나눠 주는 것이 보람이며 곡식을 기르면서 얻는 자연의 지혜를 기업경영에 적용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할 정도로 주말농장은 도시민의 여가 활용의 한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주말농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귀농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농림부는 국민들의 농지수요에 부응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농촌의 활력을 증대하기 위해 지난 49년 농지개혁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도시민에게 3백평 미만의 주말농장용 농지소유를 허용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농지제도 개선방안을 바탕으로 농지법개정안을 마련,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농지제도도 공청회,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힘들지만 의미 있는 과정을 거쳐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많은 파리 시민들이 베르사유 궁전보다 그 안에 있는 채취농장을 더 사랑하듯이 우리 도시민들이 1주일에 하루라도 가족과 함께 주말농장을 정성껏 가꿀 때 우리 농업·농촌도 보다 빠르게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