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건설교통부에 건의한 재건축 제도 개선안은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기 위한 초강수로 풀이된다. '투기수단으로 변질된 재건축 사업을 규제하는데 기존 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배경동 서울시 주택국장)'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권자인 건교부가 유보적인 입장이어서 서울시 건의안이 그대로 채택될 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서울시의 초강경 입장에 비춰 어떤 형태로든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분별한 재건축 차단 =서울시가 초강수를 둔 데는 심각한 재건축 부작용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로 재건축 아파트를 꼽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값이 뛰면서 주변 아파트값을 밀어 올리고 다시 부동산투기로 확산됐다는 시각이다. 서울 재건축아파트는 지난해 하반기 17.96%, 올 상반기 24.28% 급등했다. 경제적 손실도 재건축 규제의 필요성으로 지적된다. 재건축은 재개발보다 사업요건이 느슨하다. 도시계획이나 주택재개발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경우 지은지 40년, 벽돌 건물은 27년이 지나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반면 재건축은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20년만 지나면 헐어낼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 상환조건(11년 거치 19년 상환)을 원용해 만들어진 이 조항으로 재건축이 빈번해져 99년부터 1조4천여억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타이밍이다. 지금 고삐를 잡지 않고 방치하면 주민 요구 등으로 인해 재건축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판단이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지난 71~80년의 아파트 건축물량은 13만7천여가구에 이른다. 지은지 20년 이상이란 규정을 그대로 따르면 당장 13만가구 이상의 재건축 물량이 쏟아진다. 어떻게 될까 =건교부의 태도와 여론 추이가 관건이다. 건교부가 제출한 '도시주거환경개선정비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며 건교부는 현재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시행령에 재건축 요건을 강화하는 조항을 넣거나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 요건을 자체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 주거환경과 권오열 과장은 "입법 과정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 결정된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교부 실무담당자들 사이에선 "건교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주택 업계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