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연주자가 하나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을 관람한 프로피(65)씨는 "연주자들이 전하는 기쁨과열기가 온몸에 뜨겁게 와 닿았다"면서 "특히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 연주자들과 함께춤을 춘 마지막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트르담 사원 맞은편 센 강가에 자리잡은 파리 시립극장은 한 순간에 질펀한놀이마당으로 변했다. '파리 가을축제'에 초청받아 28일 오후 5시(현지시간) 이곳무대에 오른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특유의 신명나는 연주로 파리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관객들은 '금기의 영역'인 무대 위로 뛰어오르는 과감성을 보이며 사물놀이패의장단을 따라 덩실덩실 춤을 췄다. 올해로 31회를 맞은 '파리 가을축제'는 이 지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축제로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파리 시민들은 이 축제에 초청된 공연에 대해 깊은 신뢰감을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열린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도 입장권이 일찌감치 매진돼 950석의 객석이 꽉 찼다. 공연에 앞서 '르 피가로'지는 "김덕수 사물놀이패 같은 음악인들이 과거와 미래사이에, 전통과 현대창작 사이에 어떻게 다리를 놓고 있는지 눈여겨볼 기회"라며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부츠 이반(31)씨는 "한국의 사물놀이에 대해 들은 바 있지만 공연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며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은 전통음악인데도현대적인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리듬은 국적을 떠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자들이 관객을 신명나게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은 관람석을 가로질러 무대에 오르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관객이 참여한 비나리, 삼도설장고, 삼도농악, 판굿의 순서로 진행되며 관객과 연주자를 하나로묶어냈다. 판굿이 끝난 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사물놀이패는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올려 흥겨운 놀이마당을 연출했다. 음향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이날 공연은 바람을 가르는 오묘한 징소리, 때로는가랑비처럼 아늑하고 때로는 폭우처럼 거침없이 쏟아져내리는 장구소리 등 한국 전통악기의 자연음이 오롯이 살아났다. 특히 연주자들이 무아의 경지에서 보여주는 신들린 듯한 삼도설장고 가락은 관객들의 탄성과 열렬한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는 이날 공연에 이어 30일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로 공연한다.29일 아미앵, 10월 2일 샬롱 쉬르손, 4일 셰르부르, 5일 생 브리외, 7일 브레스트,10-11일 낭트, 12일 깡으로 이어지는 지방순회공연 일정도 잡혀 있어 올가을 프랑스전역에 한국의 전통가락이 울려 퍼질 예정이다. 지난 23일 개막돼 12월초까지 이어질 '파리 가을축제'는 한국을 주빈국으로 정해 10개 전통예술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노르망디 축제'와 '낭트 동아시아 축제'까지 연계된 한국문화 종합소개 행사를 통해 10여개 도시에서 한국 전통예술 프로그램 17개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한국의 궁중무용과 민속무용이 '파리 가을축제'의 개막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데 이어 명창 안숙선 등이 참가하는 판소리 다섯마당 완창무대, 꼭두각시 놀음, 하회 별신굿 탈놀이, 은율 탈춤, 시인 고은 등이 참가하는 시낭송회, 김금화 풍어굿과 대동굿 등이 12월초까지 열린다. (파리=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