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중턱에서11년전 실종된 성서초등학교 어린이(개구리소년)들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는소식에 실종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지난 91년 3월 실종된 개구리소년들로 보이는 유골이 발견된 26일 오후 대구시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현장을 찾은 개구리소년 김영규(당시 11세)군의 어머니 최경희(46)씨는 "우리 영규는 아닐 겁니다. 믿을 수 없어요. 지금도 영규가 돌아올 것같아 밤마다 문을 열어 놓고 있는 데..."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최씨는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은 직후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한 채 현장으로 달려왔다. 최씨는 현장에서 만나 다른 실종 소년 조호연(당시 12세)군의 어머니 김순녀(46)씨의 손을 꼭잡은 채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면서 발견된 유골이 아들이 아니기를 바랬다. 그러나 발견된 유골 1구 가운데 치아에 보철을 했던 조군으로 보이는 유골의 치아에서 보철 흔적이 발견되자 김씨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길을 돌리며 눈물을 삼켰다. 이들은 경찰 등 수사관계자들이 현장에 계속 모여들어 실종된 개구리소년으로확신하는 분위기에 이르자 "아닐거야"를 되내며 서로의 어깨를 감싼 채 눈물을 흘리며 현장을 떠났다. 10년동안 아들을 찾아 헤매다 지난해 10월 아들을 찾지 못한 한을 품은 채 간암으로 숨진 김종식(당시 9세)군의 아버지 철규(사망당시 49)씨를 대신해 종식군의 삼촌이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그 역시 숨진 형의 한을 달래려는 듯 "우리 종식이는 아니다"며 눈물을애써 감췄다. 김군의 아버지 철규씨는 다른 다섯 소년의 가족과 함께 생계를 포기하고 전국을찾아 헤매다 건강이 악화돼 지난해 3월 간암 판정을 받고 7개월여동안 병마와 싸우다 지난해 10월 숨을 거뒀다. 김씨가 숨진 뒤 종식군의 어머니 허모(44)씨도 남편과 아들을 잃어버린 슬픔을가슴속에 묻은 채 어디론가 사라져 이날 현장을 찾지 못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현장을 찾은 한 시민(33)은 "종식이가 하늘에서나마 아버지를 만나 굶주림 없이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종된 소년들이 다녔던 성서초등학교 교사들도 실종 어린이들로 보이는 유골이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학교 이영숙(48.여)교사는 "4년전 부임하면서 5명의 어린이가 실종됐다는 말을 듣고 무척 마음이 아팠으나 언젠가 살아서 돌아 오기를 기원했는데 유골로 발견됐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교사는 "학교에서는 실종된 어린이들이 돌아오면 언제든지 복학할 수 있는길을 터놓기 위해서 정원외 특별관리를 해 온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윤대복. 이강일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