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안게임 신설경기장의 부실 시공으로 말썽을 빚은 부산시가 기존 경기장 마저 엉망으로 관리,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다. 23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쿠웨이트 축구대표팀 경기 도중 전반 15분께 갑자기 조명탑 5개 가운데 운동장측이 자가 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조명탑 3개가 갑자기 꺼져 버렸다. 또 5분 후에는 한전이 공급하고 있는 나머지 조명탑 2개와 관중석 아래 복도까지 전기가 나가 버려 순식간에 운동장이 암흑천지로 변해 버린 것이다. 이날 오후 7시 15분부터 34분까지 무려 19분이나 정전사태가 계속되는 바람에경기가 중단된 것은 물론 관중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구덕운동장은 27일 한국대 몰디브전이 열리는 아시안게임 축구 예선경기가 열리는 중요 시설이기때문에 부산시가 그동안 많은 예산을 들여 시설 개.보수를 하는 등대회에 대비해 왔었다. 그러나 이날 한국대 쿠웨이트전이 TV로 생중계되고 있는 가운데 정전사태 발생 상황을 지켜본 부산시민과 국민들은 과연 부산이 제대로 아시안게임을 치러 낼 수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 것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톡톡히 샀다. 구덕운동장측은 한국전기안전공사에 의뢰,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자가발전기(용량 1천㎾)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주변전실과 B타워 변전실간의 삼상선로 가운데 R상 지락현상이 발생했기때문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그동안 `완벽 대회'를 위해 철저한 시설 개.보수와 점검을 한다고 외쳤지만 시설 점검이 형식에 그쳤음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부산시는 이에 따라 1천여만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 오는 26일까지 문제의 구간전선 케이블 교체작업을 끝내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구덕운동장 조명탑 2개에 대해서는 정전사태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 예비선로를 확보해 놓고 있다"며 "국가적인 행사를 불과 며칠 앞두고 구덕운동장에서 이같은 허점이 발생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구덕운동장내 자가발전기도 지난 72년에 설치된 것으로 매우 노후한 상태여서 교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부산시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발주한 아시아드 주경기장과 금정체육공원, 강서체육공원, 기장체육관 등 신설경기장에서도 지붕막이 찢기고 테니스 코트 바닥이 부풀어 오르는 등 부실 시공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돼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샀었다. (부산=연합뉴스) ss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