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시인과 미사일발사 유보 선언, 경의ㆍ동해선 연결 등 최근 북한의 우호적 제스처를 놓고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 안도와 회의적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고 19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신문은 국내 영자 일간지 '코리아 타임스(Korea Times)'가 "북한은 새로운 개방 시대를 대비하는가" 제하 기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두정상의 악수장면과 함께 남북분단으로 헤어졌던 부부가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나란히 게재된 것을 예로 들면서 분단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 미국 정책결정자들 모두 최근 북한의 태도변화의 진의여부에 혼란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LA 타임스는 북한이 (기존) 노선들을 수정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에겐 두 사진이 불변의 증거가 된다고 말하면서 최근 몇 주간 북한의 획기적 변화 움직임을 예로 들었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김정일 위원장이 최소한 10여명의 일본인 납치를 시인한것으로 수십년간 강력히 부인해왔던 북한 체제로서는 놀라운 '죄의 고백(mea culpa.내 탓이오)'이며 비무장지대(DMZ)를 관통하는 경의, 동해선 연결 합의에 이은 지뢰제거공사 착공도 또 다른 예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부산 아시안게임(9.29-10.14)에 사상 최대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동시에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인공기도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에 게양됐음을 덧붙였다. 신문은 이름 자체가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동의어가 돼 버린 마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도 남북한에 축하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임스는 이같은 낙관적 시각과 달리 북한이 최근 보여준 대외적인 신호는 단순히 김정일의 교활한 책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회의론자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정일은 일본에 자신의 진실성을 납득시킬 경우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등 대북 강경노선의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를 고립시킬 수있을 뿐 더러 대량파괴무기와 관련해 미군의 선제공격의 목표가 될 가능성을 피할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겨냥,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이어가 경제원조 등을 계속할 수 있는 인물의 대권장악까지 계산에 넣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LA 타임스는 이와 함께 지난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당시 일본은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보상으로 한국정부에 5억달러를 지불한 전례로 봐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할 경우 대북 보상액은 100억달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절반만 된다하더라도 전 세계 최빈국중 하나인 북한으로서는 뜻밖의 횡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 특파원 yykim@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