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VN(Ubiquitous Value Network.유비퀴터스밸류 네트워크. 하나의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개인이나 집단간 교류로 이어지고 또개인이 국경을 초월해 기술을 전파한다는 의미)이라는게 정말 돈 되는 겁니까?" 지난 13일 오후 7시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의 인터컨티넨털 호텔 컨벤션홀.무려 3천명에 달하는 전세계 딜러들 앞에서 소니의 수장인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회장은 소니그룹의 진로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연결한다'는 소니의 UVN 사업전략이 진정으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받은 것이다. 이데이 회장의 답은 "종국에는 UVN이 승리할 것"이라는 그의 말보다 전체회의에 이어 열린 미국 팝가수 아나스타샤의 공연 말미에 훨씬 함축적으로 드러났다. 이데이 회장은 예정에 없이 단상에 올라가 아나스타샤에게 리모컨이 담긴 선물꾸러미를불쑥 건넸고, 이어 아나스타샤가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딱딱하기만 했던 컨벤션홀이 일순간 영화와 음악이 흐르는 홈시어터 극장으로 탈바꿈한것이다. 지금 세계최대 전자기업인 소니는 분명 위기를 맞고 있다. 작년 일본내 9대 전자업체중 유일하게 수익을 올리는 저력을 과시하기는 했지만 속사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UVN 사업의 대전제인 브로드밴드(광대역) 인터넷 시대의 도래는 계속 늦어지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고 주력인 전자부문은 극심한 경쟁으로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소니의 미래가 어둡다고 보는 업계 내부의 시각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소니가 갖춘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와 화려한 제품포트폴리오, 영화.음악.출판.인터넷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또한번의 `워크맨 신화'를 가져올 것이란예상이 우세한 편이다. `Firtst Mover(개척자)'로서 험로를 걷기는 하지만 스스로미래를 예측하고 만들어나가는 소니의 남다른 혜안(慧眼)과 과감한 변신노력에 거는업계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지난 14-1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소니 드림월드 2002의 하이라이트는 `코쿤(CoCoon) 프로젝트'였다. 소니의 홈네트워크 사업 공식명칭인 `CoCoon'은 `Connected Community On Network'의 약칭. 개인용 디지털녹화기(PVR)를 채널서버로 삼아소니의 VAIO 노트북, 베가(WEGA) TV,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기, DVD 플레이어, 모바일 등 각종 디지털기기를 `누에고치'처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 개념이다. 그러나 소니 홈네트워크 사업의 특징은 단순한 하드웨어간의 연결이 아니라 `컨텐츠와의 결합'에 있다. 영화.음악.금융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 접속업체인 소넷(SO-NET)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 언제 어디서나 소니의 콘텐츠를 보고 즐길 수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소니 스타일(Sony Style)'로 통일시켜 UVN 전략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원격제어와 보안 기능을 중시하는 국내 가전업계의 홈네트워크 전략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이명우 소니코리아 사장은 "소니의 홈네트워크 전략의 핵심은 홈엔터테인먼트이며 이는 바로 콘텐츠와의 결합을 뜻한다"고 말했다. 소니본사의 마케팅 매니저인 이시자카 다카시씨는 "코쿤 프로젝트는 본격적인 홈네트워크로 나아가기 위한 초기단계"라며 "그러나 핵심은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콘텐츠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소니가 시도중인 변신의 지향점도 바로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수익성이 작은 일반 전자제품에서 영화.음악.게임.인터넷서비스 등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작년이후 가장 선전한 사업이 게임이라는 점이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는 2000년 이후 총 2천800만대가 판매됐고 게임 타이틀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소니의 홈네트워크 전략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대용량 저장매체인 메모리스틱(Memory Stick)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PVR, 노트북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애완견 로봇 아이보, 2족 보행의 차세대 로봇(모델명 SDR-4X)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기를 메모리스틱으로도 연결한다. 소니는 작년 8월 삼성전자와 메모리스틱 기술제휴를 맺으며 협업관계를 강화한데 이어, 미국 샌디스크사와의 손을 잡는 등 제휴세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소니가 한국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것도 바로 홈네트워크 시장전략과 맞닿아있다. 잘 구축된 정보통신 인프라에다 신규 아파트 건설이 이어지는 한국은 소니에게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홈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소니는 일본과 미국에서 출시되는 신제품을 한국내에서 동시 출시하고 일부통신서비스 제공업체들과 홈네워크 인프라 확충을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다. 소니의 이같은 홈네트워크 전략이 성공하기에는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전세계IT.전자기업이 앞다퉈 홈네트워크 시장에 뛰어들면서 표준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거대조직 구조상 과감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점, 기술선도력이 차츰 약화되고 있는 점은 소니가 현실적으로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군과막강한 브랜드 파워, UVN 사업에 명운을 건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결합된 소니의 행보는 홈네트워크 시대의 좌표설정에 고민중인 전세계 전자업계에 분명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요코하마=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