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정상회담 직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중 8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의 국민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납치에 대한 철저한 규명 없이는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상회담의 성과는 뒷전으로 밀려난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일본의 대북 경협지원도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 나오고 있다. ○…납치피해자 사망 사실이 전해진 지난 17일 밤부터 일본 총리 관저와 외무성에는 "정부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느냐"라는 비난과 항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미키 다케오 전 총리의 부인 미키 무쓰코는 "북한은 사망자들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모두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일본 우익단체들도 도쿄에 있는 조총련본부 주위를 차량으로 순회, 충돌을 우려한 일본 경찰이 경비병력을 긴급 배치해 놓고 있다. 오사카 지역의 총련계 각급학교에는 협박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조총련 집행부는 서만술 의장 주재로 심야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피해를 막기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본 관료와 재계 인사들은 납치피해자 사망으로 국민 감정이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북한과의 경협 및 교류 확대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경협자금 지원과 관련, 재무성 간부는 18일 "1백억달러 이상이 필요하다는 정보도 있지만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날 북.일 정상회담으로 국교 정상화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보다는 납치피해자 사망 사실을 부각시키며 북한을 강력 비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납치 사실을 인정했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 후 "유체 반환과 보상 등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수교 협상에 응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이 허용할 수 없는 국가 테러를 저질렀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납치에 대한 철저한 규명 없이 국교 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납치 사실을 몰랐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해명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