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16일 미국의 새로운 반덤핑규정인 이른바 `버드수정안'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이를 철폐해야 한다는 최종 판정을 내렸다.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이날 오후 회원국들에게 배포한 최종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버드수정안'이 반덤핑협정과 보조금 및 상계관세협정, 그리고 1994년의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관련조항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3인 분쟁패널은 무역분쟁 사례의 위법 여부만 판정하고 구체적인 시정조치에 관해서는 당사국간 협의에 위임하는 관례를 깨고 미측이 `버드수정안'을 철폐할 것을권고했다. 미국은 분쟁패널의 판정에 불복, 상소기구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상소기구는 최종보고서의 법률적 타당성만 심의하기 때문에 철폐 판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WTO 관측통들은 전망했다. `버드수정안'의 제소국은 한국을 비롯해 EU, 일본, 호주, 브라질, 칠레, 인도,인도네시아, 태국, 캐나다, 멕시코 등 11개국이다. 지난 95년 WTO 출범과 동시에 분쟁해결제도가 도입된 이후 미국과 EU의 바나나 분쟁을 제외하고 11개국이 공동제소국으로 나선 것은 `버드수정안'을 둘러싼 무역분쟁이 처음이다. 로버트 버드 상원의 주도로 발의돼 지난 2000년 10월 상하원을 통과한 뒤 법으로 확정, 시행되고 있는 `버드수정안'은 미국 세관이 거둔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금을 제소자측에 재분배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 등은 외국기업에 벌금을 부과한 뒤 이 벌금을 미국내 경쟁기업에기술개발비나 의료비, 연금 등의 형태로 배분하는 것은 외국기업에 이중의 처벌을가하는 인센티브 제도일 뿐 아니라 반덤핑 등 제소의 남발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며재수정 및 철폐를 요구해왔다. `버드수정안'은 주로 철강산업을 염두에 두고 제정됐으나 화학, 식음료, 의약품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말 미 관세청이 버드수정안에 따라 해당 국내 업체에 지급한 분배금 규모는 총 2억 달러가 넘은 것으로전해졌다. 한편 한.미 양국간 WTO 차원의 무역분쟁 사례는 버드수정안을 포함해 모두 7건이며 이 가운데 한국이 승소한 것은 5건이며 패소한 것은 2건이다. 한국이 미국을제소한 것은 4건이며 미국이 한국을 제소한 것은 3건이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