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체제로의 북한의 개혁바람은 지금으로부터 11개월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밀 메모로부터 시작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혁신적 방안으로 시장경제 원리와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단안을 내리고 북한 핵심관료조직의 검증을 거쳐 이를 실무하부기관에 메모형식으로 하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북한사회에서 김정일 지시사항은 공문형식으로 "승리를 다짐하는 화려한 나팔소리"와 함께 전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 자본주의 체제로의 일부 전환을 지시하는 이 메모는 그같은 관례를 깨고 하부기관에조용히 내려왔다. 신문은 이날 `북한에 이는 자본주의 냄새'라는 제하의 북한 특집기사에서 김 위원장은 이 메모를 통해 자본주의의 금과옥조인 "실질 이익개념"을 도입할 것을 여러대목에서 촉구했다며 이는 모든 근로자들에 대한 싼 음식과 무료 주택공급 등을 보장하는 이른바 사회주의 낙원에 대한 일대 변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은 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이 메모에서 "모든 국가보조금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아버지 김일성에 의해 건국되고 김정일에 의해 계속 이어져온 북한의 거대 사회체제의 일부 기본 골간을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설사 진정으로 내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장경제를 끌어안고 가야한다"고 지시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1일 김정일 위원장의 개혁지시가 실현됨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은 갑자기 자신의 임금이 20배 인상되고 쌀 공시가가 무려 예전 명목가의 550배까지 치솟는 상황을 목격하게 됐다고 신문은 말했다. 북한 근로자들은 지난 수년동안 그들의 생명줄인 배급제가 소멸되는가 하면 그동안 국가가 대신 지급해온 각종 공과급 납부 명세서가 근로자들의 문앞에 송달되는 사태를 맞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 인민위원회 상무위원장인 김영남은 지난달 유엔관계자와 만나 "우리는 경제의 모든 분야를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한국은 북한의 그같은 시장경제로의 전환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한국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정일 위원장이 그같은 개혁조치를 4년이상 준비해왔다"면서 그의 지난 10월 메모는 일단 "청신호"로 볼 수 있으나 아버지 김일성의 유산을 감안할 때 김정일이 과연 이를 실제로 행동으로 이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