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1:00
수정2006.04.02 21:02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투기 대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고가 아파트의 재산세와 양도세를 대폭 올린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진 13일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등 정부부처 인터넷 게시판과 구청 민원전화 등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행자부 게시판에는 '원통이'란 시민이 '1가구 1주택 재산세 인상 반대! 적극 궐기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주택으로 사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왜 성실한 서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강남지역 구청 등에도 '전체 주민을 투기꾼으로 모느냐'며 항의하는 전화가 쏟아졌다.
◆ 서울 강북 주민;왜 강남과 같이 덤터기를 씌우느냐 =서울 중계동 동지신안아파트 48평형에 사는 박모씨(47)는 "기준시가가 3억원 이상이면 문제가 심각할 것 같아 국세청 홈페이지를 찾았지만 불통이었다"며 "집을 당장 팔 생각은 아니어서 양도세는 걱정이 없지만 3억원 이상이면 재산세 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강남.북 '재산세 역차별'을 잡기는커녕 강북에 추가 부담을 씌웠다는 비난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강남과 강북의 재산세 책정이 잘못돼 바로 잡자니까 집 한채 달랑 가진 서민을 상대로 재산세를 더 물리려고 한다"며 "2채 이상 보유자는 중과세하고 1가구 1주택자는 조세 혜택을 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강남 주민;전체를 투기꾼으로 모느냐 =강남 대치동 S아파트주민 강희정씨(58.여)는 이날 "투기의 '투'자도 모르고 살았는데 웬 날벼락이냐"며 반발했다.
강씨 아파트의 국세청 기준시가는 사흘 전까지 6억8천만원이었으나 12일 7억5천2백만원으로 10.5% 인상됐다.
양도세 면세기간 이전에 집을 팔면 1천9백83만원의 양도소득세와 양도세의 10%인 1백90여만원을 주민세로 내야 한다.
정부 방침대로 고급주택 기준이 50평에서 45평으로 낮아진다면 세율이 뛰어 강씨가 아파트를 팔고 떠안아야 할 세금은 4천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강씨는 "실제로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투기와는 무관한 실소유자인데 투기꾼으로 몰려 중과세를 당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주택조합에 들어 90년대 초 대치동에 30평대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조모씨(53)는 "갖고 있자니 재산세를 부담하기 버겁게 됐고 팔자니 양도소득세가 무섭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강남 아파트 값이 오른 이유는 정부의 주택.교육정책 등이 실패한 때문 아니냐"고 반문하고 "그런데도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 수도권 주민;'졸속 대책에 당했다' 불만 폭발 =수원시 인계동 주공아파트 주민들은 올 봄 3천9백만원이던 14평짜리 기준시가가 9천6백50만원으로 1백47%나 뛰었다는 소식을 믿지 않으려고 했다.
주민들은 "집값이 무섭게 솟구치는 분당 과천은 빠지고 힘 없는 지역들만 포함됐다"고 반발했다.
공무원들도 형평성 결여를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장용재 고양시 세정과장은 "수도권이 일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것은 서울 강남 등지의 투기 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집값이 높지 않은 투기과열지구는 재산세 중과 대상으로 분류됐는데 분당이나 과천은 어떻게 빠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 세금은 벌금이 아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은 벌금과 분명 다르다"며 "중과세가 투기 열기를 단기적으로 잠재우는 효과는 있지만 세금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어 조세 저항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과세 정책은 임시 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시가를 올려 양도세 등을 높이더라도 부동산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기호.김희영.임상택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