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94년 북한과 제네바 핵 합의에 서명한 이후에도 북한에 대한 핵 공격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1998년 상반기에는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에 따라 핵폭탄 투하 모의훈련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12일 미국의 안보 및 에너지 전문 연구기관인 노틸러스연구소가'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최근 입수해 공개한 미군 비밀해제 문서(http://www.nautilus.org/nukestrat/USA/bmd/7aftmd98.pdf)에서 확인됐다. 노틸러스연구소가 공개한 `전역미사일방위'(Theater Missile Defence) 문서에 따르면 미군은 당시 한반도에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를 조기 구축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지를 비롯한 전략 시설을 신속하게 파괴하고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탄도미사일 요격체제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차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문서는 남한 전역의 미군 기지들을 위성으로 연결해 조기 경보체제를 구축하고 신의주와 함경남도 북청군을 잇는 북위 40도 이남 전역(남한 포함)을 '경고지역'(warning zones)으로 설정한 뒤 이 지역을 가로 세로 각각 10x11개 구역으로 나눠 놓고 있다. 이 문서 39∼40쪽 `공격작전'(Attack Operation)에는 거점공격(Fixed site attack : 1단계), 반격(Countermobility : 2단계), 조직적 파괴(Systematic destruction: 3단계)로 구분돼 있다. 미군 당국은 또 1998년 상반기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세이머 존슨(Seymour Johnson) 기지의 공군기들이 여러 차례 대북 핵무기 사용 모의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미 군 당국이 비밀 해제한 또다른 문서는 밝히고 있다.(www.nautilus.org/nukestrat/USA/NSNF/4fw98ex.pdf) 1998년 12월 9일 작성된 이 문서에 따르면 미 제4전투비행단 소속 F-15E 전폭기들은 이 훈련에서 내부를 콘크리트로 채운 모조 핵폭탄을 사용했다. 문서는 "한국에서의 전투를 가정한 것"(We simulated fighting a war in Korea)이라고 명시하고 이 훈련에는 생화학무기 공격 작전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미군 당국의 한반도 전쟁계획 문건을 처음 소개한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은 핵시설 가동을 동결하고 미국은 대체 에너지 제공과 함께 북한에 대해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소극적 안전보장(NSA)을 약속했다"면서 "이번에 비밀해제된 문서를 통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은 공약(空約)임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