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꺾일 줄 모르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대안으로 '제2의 강남' 건설론이 잇따라 거론되고 있다. '제2의 강남'은 그동안 민간 전문가들이 일부 거론해온 방안으로 건설교통부 등 정부는 수도권 집중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최근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임인택 건교부 장관은 최근 경기 성남 서울공항 부지가 최적지라는 '기대'를 내비친 바 있고 윤진식 재정경제부 차관도 "교육.교통 등 생활여건에서 강남지역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대체지역이 필요하지만 서울시내는 이미 포화상태"라며 "서울 외에 이같은 지역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건교부 출신의 한현규 경기부지사도 개인 구상 단계임을 전제로 서울 외곽의 동서남북 4곳에 1억4천만평의 택지개발을 추진하되 우선 '제2의 강남'으로 2020년까지 의왕 청계산 주변 4곳에 1천470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해 판교신도시와 연계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부동산업계는 `제2의 강남'이 어디가 될지에 초미의 관심을 나타내며 서울 강남과 가까운 일부 미개발지가 후보지라는 그럴 듯한 관측까지 제기하고 있는 형편. ◆'제2의 강남' 필요한가 = 기본적으로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이 만성적인 수요초과, 즉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8.9 부동산 대책' 등 하루가 멀다하고 투기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할 공급대책이 전무하며재건축 규제는 신규물량 공급부족을 초래, 오히려 집값 폭등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 2천800만평을 주택용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이는 '서민용'을 뿐 '강남용'은 아니라는 것. 따라서 대체도시가 아니고서는 '강남 쏠림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제2의 강남' 어느곳 거론되나 = 서울공항 부지가 최근 개발에 들어간 판교보다 서울에 가까워 최적의 부지로 꼽히고 있다. 이곳 150만평은 이미 80년대말 분당, 일산 등 5개 신도시 개발계획 당시 후보지로 검토됐던 곳이지만 그린벨트인데다 비행장 등 군사시설을 옮겨야 하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제외됐다. 임 장관조차 "되면 좋겠지만 국방부가 응할 리 없다"고 말했다. 한 부지사의 복안은 2020년까지 경기 의왕 청계산 주변 4곳에 1천470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청계산밸리 프로젝트'를 추진, 판교신도시(282만평)와 연계해 '제2의 강남'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 그러나 이 또한 대상지역이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환경단체나 환경부 등의 반발에 막힐 공산이 크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강남 대체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청계산 주변이 대안이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부동산플러스 권순원 부장은 "청계산 주변은 그린벨트 해제, 교육시설 유치, 교통망 정비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제2의 강남' 현실화될까 = 건교부는 서울의 외연.확장 등 수도권 집중 논란, 환경.교통 및 국방 문제 등이 얽히고 설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또 현재의 집값 폭등 문제가 저금리 및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유동자금 및 투기성자금 유입 등으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인 만큼 거품만 걷어내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건교부의 일관된 주장. 건교부 관계자는 "한 부지사가 내놓은 신도시 개발대상지는 모두 특별법에 규정된 그린벨트로, 5개 신도시도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개발한 적이 없으며 경기 남부권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및 광역도시계획을 전면 재정비해야 하는 등 수도권 정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보다 기존 신도시 기능을 개선하고 강북 등을 획기적으로 정비하는 방안, 집값 문제를 교육.세제 부문에서 접근하는 방안 등이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한 국토문제 전문가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되면 `제2의 강남' 개발이 실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분명한 점은 졸속으로 추진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