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운 < 농림부 차관 jwahn@maf.go.kr > 올해 초 산속 시골마을의 외할머니와 서울에서 온 어린 손자가 세대차이를 초월해 사랑을 싹틔우는 영화 '집으로…'가 4백만 관람객의 가슴을 적셨다. 유명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디지털시대의 환상적 세계를 연출하거나,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등장해야만 성공한다고 보는 영화계에서는 이를 이변으로 보고 있다. 영화 '집으로…'는 산란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하천을 향해 기나긴 여행을 하는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경쟁력과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현대문명에 속박된 우리에게 고향으로의 회귀본능을 일깨워준 좋은 사례다. 영화속의 벙어리 외할머니는 성장위주의 개발에 멍든 농업과 농촌이다. 어린 손자의 전자오락기와 롤러블레이드는 현대문명과 경쟁,그리고 속도의 상징이다. 손자는 도시에서는 흔한 건전지와 켄터키치킨을 위해 할머니의 은비녀를 훔치거나 터무니없는 요구를 남발한다. 손자의 바람을 만족시켜 주려는 할머니의 말없는 행동은 우리 농촌이 묵묵히 식량공급과 경제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해 온 것을 반영한다. 최근 농림부는 도시자본을 유치,농촌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한 농촌 투자유치 대책을 수립했다. 농촌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의 개선과 세금감면 등 혜택을 통해 투자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농촌주민에겐 농외소득의 기회를 제공하고,도시민에게는 농촌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집으로' 찾아가 쉬고 재충전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촌투자유치센터'를 설치해 누구에게나 농촌투자 정보제공,상담,소개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www.rural-invest.co.kr 031-420-3189∼94) 다행히 앞으로 주5일 근무제의 정착과 국민연금시대 도래,가족중심 체험·체류형 관광 증가 등으로 농촌을 찾는 관광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농촌투자의 여건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마음의 고향인 우리 농촌은 신선한 도시의 손자를 기다리고 있다. 농촌의 할머니가 도시로 떠나는 손자에게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보자"고 했듯이 우리의 뿌리인 농업·농촌에 활력의 불을 지펴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농촌은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청·장년층의 이농과 소득정체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농촌은 공동화·노령화돼 활력을 잃고 있으며 마을에는 빈집이 산재,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