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발표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대학별 전형계획은 하나도 없잖아요. 진학지도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알맹이' 정보는 다 빼고 고작 수능에서 3∼4개 영역을 반영하고 학생부 비중을 늘리겠다는 말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인 겁니까." 서울 대치동 J고교의 K교사(33)는 지난 28일 발표된 '2005학년도 대입 학생부 및 수능 반영계획'에 대해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7차 교육과정에 맞춰 일선 학교들은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 내년부터 시작될 심화교과과정(고2)의 선택 과목을 결정,교원 배치를 하고 교과서를 주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 고1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05학년도 입시에서 각 대학들이 어떤 전형요소를 얼마나 반영할지를 파악하는 게 필수다. 새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이 자신의 진학 목표에 맞게 시험과목을 고를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K교사에게 각 대학의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이나 모집인원,모집단위별 반영과목 등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이번 발표는 실망감만 안겨줬을 뿐이다. 경기도 분당 B고교에 다니는 M모양(고1·16)도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가고싶은 대학과 학과를 정해 '맞춤 학습'을 하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전형계획은 내년 말에나 나오는 데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결국 선택과목은 적성에 맞게 고르기는커녕 3학년때 대학별 계획을 보고 벼락치기를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선택중심 수준별 교육'이라는 7차 교육과정의 취지와 달리 선택권 자체가 학생에게 없다는 소리다. 이번 입시안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입정원 역전(逆轉)현상에도 불구,'공급자'적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물건을 만들 때 재료로 무엇을 쓰건 기업이 알아서 하는 것처럼 대학이 전형 요소로 무엇을,얼마나 반영하느냐 역시 대학의 고유 권한 사항이다. 하지만 적어도 기업은 물건을 팔 때 그 제품에 어떤 재료가 들어있고 다른 제품보다 뭐가 좋은지 알려줘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도대체 뭘 알아야 미리부터 가고싶은 대학을 정하죠"라고 반문하는 M양의 질문을 대학들은 알고나 있는 것일까. 이방실 사회부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