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독일은 최악의 홍수로 엘베강이 범람하면서 큰 피해를 봤다. 독일정부는 피해복구를 위해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로 가입국간에 맺은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정(Stability and growth pact)'에 명시된 재정적자 한도를 넘어설 위기에 이르렀다. 이 협정은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심각한 불황을 겪은 경우를 제외하고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한 국가는 GDP의 0.5%에 이르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독일은 현재 재정적자가 2.8%에 달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협정을 준수하면서 홍수피해 대책을 펴느라 선거에서 크게 유용할 수 있는 감세정책을 연기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4%의 적자를 기록한 포르투갈은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멀지 않아 시험대에 오를지 모른다. 10여년전 이 협약을 만든 중심세력은 독일이었다. 독일은 유로가입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정책에 의해 유로화의 신용도가 손상될 것을 우려,유럽중앙은행이 각국의 재정정책을 엄격히 감시토록 했다. 그 결과 12개 유로가입 국가의 재무장관들은 권한 없이 자국의 재정상태에 대해 책임만 지는 입장에 처해 있다. 독일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만약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쓸 수 있었다면 독일정부는 현재의 이자율을 더 인하했을 것이다. 슈뢰더 총리가 원하는 감세정책도 추진됐을 것이다. 협정의 부작용은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어느 협정이든 결점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결점과 관계없이 몇몇 유로 회원국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재정문제를 안고 있었다. 1990년부터 96년까지 유로에 가입을 원했던 몇몇 국가들은 GDP의 4%에 이르는 재정적자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유로가입을 위해 1.5%까지 그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대한 피로감이 엄습하면서 재정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유로 가입 국가들의 국가부채는 GDP의 72% 정도로 조약 체결 당시 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60%를 이미 넘겼다.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는 가까운 미래에 엄청난 연금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이들이 재정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장기적인 재정개혁에 돌입해야 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그들은 단독으로 개혁에 나서야 할까. 아니면 또 다시 집단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영국 옥스퍼드대의 올소프와 매키빈,바인스가 99년 펴낸 논문에 따르면 통화집단내 한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재정긴축을 실시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독자적인 통화정책권한이 있다면 통화량을 늘려 환율을 절하시키는 방법으로 긴축 재정의 고통을 상충시킬 수 있지만 통화집단내 국가들은 이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재정정책이 통화집단내에서 함께 실시된다면 고통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효과 역시 예상보다 빠른 시간내에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이 행복한 결과는 신뢰와 협력이 담보된 개혁하에서만 얻어질 수 있다. 이 두 가지 핵심요소 중 어느 것도 확보되지 않은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정'을 보고 있노라면 측은한 생각이 든다. 정리=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8월24일자)에 실린 'The case for co-operation'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