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는 집값] (上) '왜 자꾸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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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집값이 꺾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집값이 계속 오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만성적인 주택 공급부족, 넘치는 부동자금, 확산되는 불안심리 등 3대 악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공급부족→가격상승→불안심리 확산→집 사재기→수급불균형→가격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교육문제, 저금리 지속 등의 외부적인 요인까지 가세해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구조적인 불안요인이 상존하는 한 본질을 외면한 정부대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만성적인 주택난
서울과 수도권은 만성적인 주택공급부족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집값을 끌어 올리는 아파트의 경우 갈수록 공급물량이 줄고 있다.
지난 97년까진 매년 45만가구이상 공급됐으나 98년엔 26만2천8백79가구, 99년 34만5천3백45가구, 2000년 33만1천5백79가구, 2001년 26만7천4백1가구로 해마다 줄고 있다.
결국 지난 2∼3년간 아파트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집값이 상승한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지을 땅이 부족한데다 건축행위에 대한 규제강화로 아파트를 짓기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재건축규제 강화로, 수도권에서는 준농림지 개발억제로 아파트 공급물량은 줄어들수 밖에 없고 이는 다시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 넘치는 부동자금
장기화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로 갈 곳을 잃은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부동자금은 정부의 투기대책 발표 이후에도 금융상품이나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틀기는 커녕 부동산시장에 머물고 있다.
강남의 재건축대상 아파트에서 수도권의 신규분양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로 대상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투자수익률이 금융상품이나 주식시장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1년에 5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데 연 5∼6%의 금융상품이나 투자리스크가 높은 주식쪽으로 눈을 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금융기관들도 부동산 담보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체 대출금중 주택부문의 비중이 지난 97년 이전에 비해 2배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 불안심리 확산
집값 급등은 주택을 구입할 의사가 없거나 여력이 없는 사람들까지 대기수요층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이 연 6∼7%의 이자를 기꺼이 부담하면서 집 사재기 대열에 참여하도록 시장 분위기가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목동의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집값의 80%까지 은행에서 대출이 되는데다 전셋값의 비중이 높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돈 한푼 없이 집을 구입할 수 있다"며 "지금은 집값에 동요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집값 급등이 수도권으로 확산되면서 서민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일산 마두동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불과 몇달전에 아파트 전세금을 3천만원 올려주었는데 그동안 전셋값이 또 뛰었다"며 "지금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만큼 빌려서라도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