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침공계획과 9.11 테러 연루 의혹등을 둘러싼 알력으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간 동맹관계에 이상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사우디가 최근 수백억달러의 대미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사우디의 자금 회수규모가 1천억∼2천억달러에 달한다는 관측도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간 긴장관계는 9.11 테러를 일으킨 공중납치범 19명중 15명이 사우디 국적자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자연스레 형성됐는데, 사우디는 자국이 테러를 조장하고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미국내 일각의 비난을사우디와 이슬람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를 "악의 핵"으로 규정한 국방부 보고서가 최근 공개된 것을 계기로사우디의 엘리트 계층에서는 자신들이 미국에서 악마로 인식되고 있으며, 따라서 대미 투자금도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미-사우디간 외교관계를 재검토하는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외교협회(CFR)의 유세프 이브라힘 선임연구원은 사우디 투자자들이 최근 수개월간 미국에서 적어도 2천억달러를 회수해 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내 강경파들이 사우디에 대한 자산 동결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9.11 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최근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우디 왕실 일원 3명과 몇몇 기관들을 피고에 포함시킴에 따라 이같은 경향이 가속화될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브라힘 연구원은 덧붙였다. 사우디가 미국에 투자한 정확한 액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금융계에서는 사우디 왕실 투자자금을 포함, 총 4천억∼6천억달러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유입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문은 사우디 투자자들이 미국내 계좌의 완전 폐쇄까지는 고려치 않고 있으나회수자금을 유럽 계좌로 이동시키고 있다면서 사우디 자금의 이탈은 달러화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