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에 이은 노노(勞勞), 노사(勞使)갈등으로 파산위기에 처했던 국내 굴지의 한 제약회사가 노사화합을 통해 회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 1925년 설립돼 솔표 우황청심원.쌍감탕.위청수 등을 생산, 국내 제약업계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해온 조선무약은 지난달 29일 수원지법 파산부로부터 화의인가 결정을 받았다. 파산할 것으로 알려졌던 조선무약이 화의인가 결정을 받기까지는 노사의 눈물어린 회생 노력이 있었다. 화의 동의서를 채권자들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240여명의 근로자들은 부서별로 조를 편성, 149개 채권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눈물어린 호소와 설득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들은 화의 동의를 거부하는 채권자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해야 했고 집앞에서 2∼3일씩 기다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노사의 일치된 구사(求社)운동 덕택에 2개 업체를 제외한 147개 업체로부터 동의서를 받아낼 수 있었다. 생산부 배동철과장은 "77년 전통의 조선무약이 이처럼 참담하고 허망하게 무너질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 형성되면서 노사가 함께 구사운동을 벌이게 됐다"며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문전박대와 채권자들의 위협까지 받았지만 눈물어린 호소로 일을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의서를 받아낸 근로자들은 이후 화의인가를 결정하는 재판을 앞두고 지난달 15일 수원지법 정문 앞에서 2시간여동안 화의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고 재판장 앞으로 147개 업체가 찬성한 동의서와 함께 직원명의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직원 모임을 통해 ▲1인 2역하기 ▲1일 1시간 일 더하기 운동 ▲비용절감을 위한 물자절약운동 등을 자체적으로 결의하며 구사운동을 벌였다. 특히 회사측은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한 채 근로자 대표, 사용자 대표 등 4명으로 구성된 경영정상화위원회를 구성, 노사가 공동으로 회사를 경영하며 회사의 경영상태를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또 투자조합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유치, 1인 지배의 합자회사에서 사주와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주식회사로 전환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 같은 노사화합을 통한 경영정상화와 주력 상품인 우황청심원의 판매호조, 화의인가 결정 등에 힘입어 조선무약은 부도 이전 수준으로 경영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회사가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사향 대체물질인 L-무스콘의 본격적인 양산체제 구축을 통해 경영 완전 정상화는 이제 시간문제가 됐다. 파산에서 회생의 길로 접어든 조선무약은 과거 2년여 동안 암울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이 회사는 'L-무스콘' 개발사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데다 IMF구제금융 사태이후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지난 2000년 8월 최종 부도처리됐다. 부도 후 회사측과 채권단은 수원지법에 화의절차 개시신청을 냈으나 조직폭력배들이 개입, 사주 박모(61)씨를 감금 폭행하고 화의신청서를 강제로 취하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회사 총무부장과 노조위원장 등이 이듬해 7월 회사 사무실에서 사주를 감금한 채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아냈고 급기야 이들은 사장직까지 대행하며 회사경영을좌지우지했다. 결국 검찰의 수사로 조직폭력배 일당과 총무부장, 노조위원장 등은 구속됐고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근로자 대표 박정렬과장은 "일부 노조원들이 부도난 회사를 통째로 삼키기 위해 경영권을 강제로 빼앗고 별도의 자회사까지 설립했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여타 근로자들을 위협했다"며 "직원들이 안나서면 공멸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전직원이 회사 구명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사용자 대표 박종환씨는 "노사가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뛴 결과 화의인가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며 "주력 상품인 우황청심원의 시장 점유율이 50%선에 육박했고 여타 품목도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어 향후 2년 이내에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연합뉴스) 강창구기자 kcg3316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