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8:15
수정2006.04.02 18:17
단독주택은 집주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건축물이다.
그래서 집주인이 바뀔 경우 공간활용에 대한 융통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안고 있다.
"평창동 419.8"은 이런 단점을 최소화한 집이다.
취향이 다른 사람이 들어와도 일부만 손질하면 곧바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택지의 번지를 따서 당호(집이름)를 만든 독특한 아이디어도 재미있다.
이 집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고급주택 밀집지역에 있다.
그럴듯한 저택들이 즐비한 이 곳에 건물 외부를 흰색 드라이비트로 깔끔하게 두른채 서있는 2층집이 바로 "평창동 419.8"이다.
3년전에 준공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부부와 두명의 아들이 살고 있다.
집주인이 집을 짓기전 건축가에게 주문한 내용은 작은 서재를 갖출 것과 관리비가 적게 들도록 설계해 달라는 것이었다.
집주인의 요구는 건축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건축가는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관리비 절감을 위한 설계를 하다보니 이 집에는 특별하게 만들어진 공간이 없다.
다른 집처럼 거실 안방 자녀방 욕실 서재 등이 고작이다.
꼭 필요한 공간만을 넣어 설계했다.
지극히 평범한 단독주택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 공간이 꼭 있어야 할 곳에 적절하고 치밀하게 배치돼 있다.
이 집에서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1,2층을 외부로 크게 개방시켰다는 점이다.
집터가 산속에 위치한 경사지여서 북한산의 아름다운 전망을 수용하기 위한 배려다.
특히 거실과 침실의 창문을 크게 해서 4계절에 따라 변하는 북한산의 풍광을 마음껏 끌어들였다.
넓직하게 뚫린 거실창문으로 들어오는 전망은 그 자체가 한폭의 산수화다.
창문틀은 그대로 액자가 된다.
집의 외관에 사용된 디자인요소는 네모 반듯한 사각형이 전부여서 단순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다양한 모양의 사각형을 뚫고 세워서 단아한 느낌이 배어난다.
여기에 외부색상도 백색으로 단순화해 집전체를 밝고 신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외형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포근함 대신 긴장감이 느껴지는 점이 다소 아쉽다.
동측 경사진 길에 세워진 커다란 가벽은 단순하면서도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외관의 분위기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벽은 주위와의 경계선 역할도 한다.
가벽 사이엔 수평으로 길게 구멍을 뚫어놨다.
가벽 자체가 주는 밋밋함을 없앰과 동시에 뚫린 틈을 통해 인근 주택들이 스며들도록 했다.
이로써 이 집이 갖는 폐쇄성도 함께 해소돼 생기가 감도는 것 같다.
고급주택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위와의 단절감을 해소하기위한 것으로 건축가의 재치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집은 인근의 다른 집들에 비해 건축비도 싸게 들었다.
평당 3백10만원(99년 기준)정도다.
그렇지만 주택의 편의성이나 외관의 아름다움은 어느 집에도 뒤지지 않는다.
저렴한 건축비에도 얼마든지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어 기분좋은 집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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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메모 ]
위치: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규모:건축면적-55.64평,연면적-144.92평
대지면적-186.34평,지하1층 지상2층.
구조:철근콘크리트조
설계:(주)한울건축사사무소 이성관 소장(02)595-5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