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4부 : (5) '선진국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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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영국 등선 어떻게 ]
우리 나라에선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이 누구로부터 얼마나 받았는지 알 길이 없다.
물론 공식 후원금의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만 일반인들이 그 내역을 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간혹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나 내역의 일부를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와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에서는 후보자위원회나 정치활동위원회에 연간 2백달러이상의 금액을 기부한 이에 대해서는 이름과 액수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엔 기부자의 고용자도 공개하도록 해 기업들이 제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대리기부'하는 길도 차단하고 있다.
정치자금을 기부받는 정치인 뿐만 아니라 이슈광고를 하는 단체들의 경우에도 1천달러를 넘는 기부금액에 대해서는 기부자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자금과 선거비용의 지출에 관한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회계보고자료는 접수일로부터 48시간 내에 연방선거관리위원회 내 공공자료실에서 일반인들이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다.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에서 이들 자료를 수집해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2백파운드를 넘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때 정당과 정치인의 이름을 매년 결산보고서에 명시해야 한다.
노조의 경우에는 10년에 한번 조합원의 승인을 받게 하고 있다.
지출면에 있어서도 20파운드 이상의 모든 지출은 영수증 처리하고 있으며, 의원이나 의원이 지정한 대리인만이 정치자금을 쓸 수 있다.
그 외의 사람은 5파운드 이하의 돈만 지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의 지출에 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다.
일본의 경우 정치자금 공개기준이 높은 편에 속했다.
연간 1백만엔을 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그러나 정치자금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1994년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며 공개기준을 대폭 끌어내렸다.
연간 5만엔을 넘는 정치헌금에 대해서는 무조건 기부자의 이름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우리나라의 후원회와 유사한 정치자금파티를 열어 헌금을 받는다.
법 개정 전에는 파티를 한번 열때 1인당 1백만엔을 넘는 기부금을 제공하는 사람의 명단을 공개해야 했는데 그 기준도 20만엔으로 낮춰 정치자금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또 5만엔을 넘어서는 정치자금 지출에 대해서도 이를 공개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자금 수지보고서는 관보나 공보에 기재하고 2년간 공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자료의 복사를 금지하는 등 공개열람의 제약도 많다.
최근에도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자금관련 스캔들은 정치인들이 공개기준을 훨씬 넘는 정치자금을 받고도 이를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를 누락시키거나 허위 기재한 데서 발생하고 있다.
[ 대표집필=박철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