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방향성 잡기 고민이 심화되고 있다. 해외 증시의 안정이 없이는 국내시장도 해외시장과의 차별화 논리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방향성 상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멘텀 부재의 상황은 지난 주말 이틀간 30포인트에 가까운 급등락 널뛰기 장세로 나타났다. 현물시장에서 주요 투자 주체가 관망세로 뒷짐진 가운데 외국인의 투기적 선물 매매와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을 장악했다. 이 때문에 지수 등락폭에 대한 의미 부여가 힘들고 급등락후 반대 파동을 미리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지수상승을 견인하며 수급의 주체로 부상했던 외국인은 800선 부근에서는 강한 매수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기관도 프로그램 매매에 치중하고 있다. 개인은 외국인 현물 거래 동향을 지켜보며 프로그램 매매와 반대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당국의 개입으로 달러/원 하락세가 잠시 주춤해졌지만 미국 경기 불안으로 달러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는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주의 채산성 악화 우려, 그리고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불가항력적 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지난 금요일 델 컴퓨터 등 주요 기술주의 실적 관련 호재를 선반영하며 급등한 터라 미국 시장의 하락으로 다소간 되돌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시장의 가격메리트와 미국 시장 불안감의 팽팽한 힘겨루기 양상속에 박스권을 설정한 단기매매가 힘을 얻고 있다. 700 대 중반에서의 저가메리트와 820선 위쪽 강력 매물대를 고려한 적절한 단기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프로그램 매매 영향력 지속 = 12일 종합지수는 전날 옵션만기 급락에 반발하며 단숨에 790선에 올라섰다. 지수 5일선과 20일선을 회복하는 강한 반탄력을 과시한 것. 이는 전날 나스닥지수가 나흘만에 반등하고 델컴퓨터, 주니퍼네트웍스 등 미국 대표적 기술주가 장마감후 긍정적 실적 신호를 보낸 것을 선반영한 양상이었다. 아시아 현물시장에서의 DDR D램 상승도 강세의 한 배경을 이뤘다. 이에 호응하며 삼성전자가 6% 이상 오르는 등 반도체주가 최근 낙폭 만회시도를 보이며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러한 주변 여건은 미국 시장의 상승세를 확신하기에는 미심쩍은 것으로 인식됐다. 현대증권 우동제 반도체팀장은 "델의 2분기 실적전망 상향 조정은 업황개선 보다는 자체적인 시장점유율 증가에 기인한다"며 "전세계 PC의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으로 판단돼 단기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8,924계약에 달하는 대규모 선물매수에 나선 것은 인위적인 시장 조작의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인식됐다. 이날 선물시장 강세로 차익거래 중심으로 프로그램 순매수가 3,000억원 가량 들어오며 지수관련주를 끌어올렸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최근 나타났던 외국인의 투기적 선물거래가 재개된 것으로 보이며 월요일 이나 주초에 조만간 반대 매매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반등이 예상됐던 미국 시장이 미시건대 7월 소비자신뢰지수 악화로 예상밖의 하락세를 나타냄으로써 국내 증시의 과잉 선반영 급등이 부담으로 남게됐다. 12일 다우지수는 기술적 지지가 예상됐던 8,800선이 붕괴되며 주간으로 7.4% 추락했다. 이는 9.11 테러 이후 증시가 재개장했을 때의 주간낙폭 이래 가장 큰 것. 나스닥은 그나마 약보합으로 선방하며 주간 5.2% 하락세를 기록했다. ◆ 760~820 박스권 전망 = 미국 시장 하락으로 주초 국내시장의 지수 되돌림 양상이 전망된다. 시장관계자들은 불안한 주변여건으로 800선 부근에서는 가격메리트가 약하지만 760선 아래에서는 저가매수세를 기대하고 있다. 모멘텀 공백으로 당분간 등락을 거듭하는 기간조정을 이어갈 것이며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경우 현금비중을 확대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이번주초 외국인의 선물 매매 양상에 관심이 쏠린다"며 "이번주 후반 이후에는 특별한 이슈나 상승 모멘텀이 없는 지루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820선 위쪽의 매물 부담이 강해 모멘텀이 없을 경우 넘기 힘들 것으로 보여 7월말까지 박스권이 예상된다”며 “지수 출렁임을 이용한 단기매매와 중형주 위주의 매매 전략을 권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미국의 실적 시즌이 호재보다 악재의 흐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고 국내 기업의 실적 발표도 어느정도 선반영된 측면이 있어 강한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전반적으로 관망을 보이고 있어 시장은 내용적으로 특별한 흐름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 800선 시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안착 여부를 관망할 필요가 있고 철저한 내재가치 우량주와 외국인 선호종목군으로 매매를 한정해야 한다”고 권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펀드자금 유출이 확연하지만 인터내셔널 펀드로는 2주째 유입되고 있다”며 “미국 시장의 안정 가능성이 높아 800선 시도가 나타나는 가운데 코스닥이나 거래소 저가주로 매기가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