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방향성 탐색에 한창이다. 모멘텀 부재의 상황에서 최근 이틀간 하루 30P에 가까운 등락을 보이는 널뛰기장세가 연출됐다. 외국인의 투기적 선물 매매와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을 장악하며 지수 등락폭에 대한 의미 부여가 힘든 상황이다. 당국의 개입으로 원화강세가 잠시 주춤해졌지만 미국 경기 불안으로 달러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지수상승을 견인하며 수급의 주체로 부상했던 외국인은 800선 부근에서는 강한 매수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기관도 프로그램 매매에 치중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가격메리트와 미국 시장 불안감의 팽팽한 힘겨루기 양상속에 박스권을 설정한 단기매매가 힘을 얻고 있다. 820선 매물대 돌파의 모멘텀이 해외시장에서 전해질 때까지 시장방향을 판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 프로그램 매수로 급등 = 12일 종합지수가 급등하며 단숨에 790선에 올라서며 지수 5일선과 20일선을 회복했다.. 전날 나스닥지수 반등과 델컴퓨터, 주니퍼네트웍스 등 미국 대표적 기술주의 긍정적 실적 신호가 매수 심리를 붇돋웠다.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매수에 힘입어 차익거래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수가 들어오며 지수관련주를 끌어올렸다. 거래규모가 폭증하며 거래량이 17억 9,900만주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했고 거래대금은 3조 5,000억원에 달했다. 업종별로 의료정밀이 8% 이상 올라 최대상승폭을 기록했고 전기전자, 유통, 출판매체, 방송서비스가 5% 이상 올랐다. 최근 원화강세 수혜로 올랐던 섬유의복, 운송, 종이목재, 기타제조 등이 소폭 하락했다. 두 시장에서 상한가 54개를 포함해 1,030개 종목이 상승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934억원과 167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은 1,946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외국인이 코스피선물을 8,924계약 순매수했고 프로그램 순매수는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3,000억원이 유입됐다. 코스닥의 아시아나항공과 안철수연구소를 제외한 두 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대부분이 강하게 올랐다. 삼성전자가 6% 이상 오르는 등 반도체주가 최근 급락 이후 강한 상승탄력을 나타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급등과 아시아현물시장에서의 DDR D램 급등이 반도체주 강세의 불을 지폈다. 하이닉스가 대량거래속에 다시 상한가로 복귀했다. YBM서울, 에스엠, 예당 등 코스닥 음반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의 음반 다운로드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동반 상한가로 솟구쳤다. 케이블TV의 지역방송사업자(SO), 프로그램공급업자(PP)에 대한 외국인 지분소유한도가 49%로 확대된다는 소식에 관련주가 급등했다. 한빛아이앤비, 큐릭스, 디씨씨 등이 상한가로 진입했고 LG홈쇼핑, CJ39쇼핑, SBS도 6~7% 상승했다. ◆ 760~820 박스권 전망 = 시장관계자들은 이날 지수가 낙폭을 만회하는 수준에 올라섰다며 추가 급등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시장이 기업체 회계부정 여진이 수그러들 줄 모르는 가운데 실적 시즌도 호재보다 악재 양상을 거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기업의 실적 발표도 강한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모멘텀 공백속에 당분간 등락을 거듭하는 기간조정을 이어갈 것이며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경우 현금비중을 확대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반등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나 다음주초 외국인의 선물 매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며 "추가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다음주 후반 이후 특별한 이슈나 상승 모멘텀이 없는 지루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책임연구원은 “820선 위쪽의 매물 부담이 강해 모멘텀이 없을 경우 넘기 힘들 것으로 보여 7월말까지 박스권이 예상된다”며 “지수 출렁임을 이용한 단기매매와 중형주 위주의 매매 전략을 권한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전반적으로 관망을 보이고 있어 이날 상승은 내용적으로 특별한 흐름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며 “당분간 800선 시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안착 여부를 관망할 필요가 있고 철저한 내재가치 우량주와 외국인 선호종목군으로 매매를 한정해야 한다”고 권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펀드자금 유출이 확연하지만 인터내셔널 펀드로는 2주째 유입되고 있다”며 “미국 시장의 안정 가능성이 높아 800선 시도가 나타나는 가운데 코스닥이나 거래소 저가주로 매기가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