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사가 일본국채의 신용등급을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보다 낮게 조정한지 1개월이 지났다. 신용등급 하향조정후에도 채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의 투자패턴에 별다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자 의견서와 질문서를 보내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일본 재무성도 요즘은 냉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무디스사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과연 타당한것이었는지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8일 지적했다. 무디스사는 지난 5월31일 일본국채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2'로 2단계 하향조정했지만 당일 채권시장에서 일본국채는 매수우위를 보였다. 대표적인 국채의 수익률도 1.385%로 전날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채권은 매도가 많으면 수익률이 올라가고 매수가 많으면 수익률이 내려간다.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해당 국채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므로 투자가들에게는 `팔라'는 사인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신용평가사의 발표를 무시한 셈이다. 이달 5일에는 수익률이 1.315%까지 떨어져(채권가격은 상승) 시장은 여전히 무디스사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무시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이라고 하면 마치 공적인 기관인 듯한 인상을 주지만 사실은 사기업에 지나지 않는다" 4월말 무디스 등 주요 외국 신용평가 3사에 의견서를 보내고 회신을 받자 다시질문서를 보내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던 재무성 간부도 지금은 이런 말로 여유를 과시하고 있다. 무디스사가 일본국채의 신용등급을 일본으로부터 연간 600만달러의 정부개발원조를 받는 보츠와나보다 낮게 평가하자 일반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경제산업상은 강연에서 "보츠와나 국민의 절반은 에이즈환자다. 그런 나라보다 신용등급이 낮다니 말도 안된다"고 주장해 말썽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성과 무디스사의 주장은 신용판단의 기준과 일본국채의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 다른 주요국과의 비교 등에서 엇갈린채 해소될 기미를보이지 않고 있다. 무디스는 자국통화로 표시된 채권이 대부분인 일본국채에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거액의 공적채무와 취약한 경제성장"을 신용등급 하향조정의이유로 들고 있다. 보츠와나는 정부채무가 거의 없는데다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생산국이라는 점 등이 일본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이유라는 것이다. 무디스의 평가에 대해서는 일본 재무성뿐만 아니라 일본국채를 매매하는 기관투자가들과 투자판단의 재료를 제공하는 시장관계자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이와(大和)종합연구소의 고타마(兒玉)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재정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신용평가회사가 지적할 필요도 없을 만큼 명백한 일이지만 디폴트라는운운은 비현실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채권시장이 견조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와 주식시장 부진으로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소극적'으로 모이고 있는 것일뿐"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