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달러의 폭락세가 진정되고 있다. 엔화에 대해 1백17엔선까지 떨어졌던 달러화는 지난달 28일 일본이 미국 및 유럽과 공동보조를 취한 후 오름세로 반전돼 4일에는 1백20엔선에서 거래됐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당 0.97달러대로 회복했다. 금주초면 1달러=1유로까지 하락, 달러와 유로의 등가시대가 전개될 것 같았던 지난 주의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다. ◆ 달러 하락세 왜 주춤해졌나 의외로 좋은 미국 경제지표와 일본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유럽의 달러약세(엔고) 저지 공조분위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공장주문이 0.7% 증가했다고 발표, 달러회복세를 촉발시켰다. 이는 예상치(0.5%증가)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비록 미 금융시장은 불안하지만 실물경제는 양호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지난 6월 제조업활동지수도 57.2로 2개월째 상승세를 유지, 소비와 더불어 미 경제의 양대축인 제조업경기가 견실하게 회복중임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EU는 6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마이너스 9로 전달(마이너스 8)보다 낮아지는 등 경기회복세가 크게 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미국이 2.7%(연율)를 기록하고, EU는 1.2~2.4%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미 경기 회복세가 연초에 기대했던 것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EU보다는 강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됨으로써 달러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다. 일본정부가 엔고를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미국과 EU는 이런 일본을 용인하고 있는 것도 달러 회복의 또 다른 요인이다. 일본정부는 지난 1개월여동안 모두 7차례 시장에 개입, 3백20억달러어치의 달러화를 사들이고 엔화를 팔았다. 특히 달러가치가 엔과 유로화에 대해 한때 달러당 1백17.5엔 및 유로당 0.9988달러까지 폭락한 지난달 28일에는 일본은행이 미 FRB와 유럽중앙은행창구를 통해 뉴욕과 런던시장에 개입했다. 시장은 이를 미국과 유럽이 일본의 달러 하락(엔고) 저지 방침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달러 회복세를 부추겼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같은 달러 급락세가 재연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증시가 폭락세를 멈추고 안정될 때까지 달러 약세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하락속도와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단기간에 달러가치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인식이 시장에서 조금씩 생겨나고 있고,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엔고를 막기 위해 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다짐하는 등 일본의 시장 개입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근거에서다. 이와 함께 프랑스 미디어재벌 비방디그룹이 매출을 부풀리는 등 유럽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는 분식회계스캔들도 유로화 상승세(달러 하락)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뱅크의 외환트레이더 레제인 리베리오는 "미 달러화 매입 주문이 늘고 있다"며 미 경기지표 호전을 바탕으로 달러 급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먼 브러더스증권의 드루 마투스 이코노미스트도 "달러 약세 기조가 사라진 것은 아니나 앞으로 달러 하락 속도와 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