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면역성을 시험하고 있다. 지수에 가격메리트가 증가한 가운데 악재에 대한 내성이 길러졌다. 지난주 ‘검은 수요일’ 발생한 하락 갭을 메우기 위한 활발한 작업이 전개되고 있는 것. 증시는 이 같은 하방경직성 강화를 발판으로 반등 분위기를 연장할 전망이다. 다만 제한된 박스권 내에서 일중 변동폭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동조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뉴욕증시가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부담이다. 반면 기업실적, 회계조작 등 국내증시와 차별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또 최근 급락을 불러온 한 축인 수급악화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다. 기관의 매수 여력 확대, 외국인 매수세 지속성 등에 주목하면서 관련주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시점이다. ◆ 삼성전자, 투신권에 숨통 = 2/4분기 실적발표를 2주 가량 앞둔 삼성전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지난 4월 중순과 같이 실적이 선반영되는 데다 하반기 국내 펀드에 삼성전자에 대한 편입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펀드 내 편입한도가 설정금액의 14.38%에서 18.3%로 높아졌다. 펀드내 동일종목 편입한도는 설정금액의 10%와 최근 6개월간 개별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 중 높은 수치로 결정된다. 펀드에 편입된 삼성전자 주가가 큰 폭 상승할 경우 편입한도 규정으로 인해 처분하며 편입비중을 맞출 수 밖에 없었던 투신권에 숨통이 트임과 동시에 추가 매수 여력이 발생한 것. 실제로 기관은 삼성전자에 400억원 ‘사자’우위를 보이며 순매수 대금 1위에 올렸다. 반면 외국인은 128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이미 보유한도를 채우거나 최근 손절한 펀드에서 외국인 매물을 받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편입비중 조정은 단기 수급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삼성전자 실적 발표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은 전 분기를 하회할 것으로 분석되지만 현 주가 수준은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이 다수다. 아울러 기관이 지난달 말 로스컷 등으로 주식비중을 줄인 상황에서 매수 공간을 넓혀줬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모멘텀이 부재하지만 수급과 재료가 더해질 경우 지수관련주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만 하다는 얘기다. ◆ 종합지수 750, 외국인 매수 구간 = 지난주 기관이 종합지수 850선을 중심으로 매수했던 물량을 쏟아내며 종합지수를 나락으로 떨어트린 사이 외국인은 꾸준히 매수 주문을 넣으며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기술적으로 볼 때 ‘마지막 교두보’로 여겨진 종합지수 770선이 무너진 지난달 25일부터 2,5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물론 외국인 매수는 기조적이라기보다는 바겐세일 성격이 강하다.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기업실적 부진, 회계조작 파문, 추가테러 위협, 달러화 약세 등 악재가 어우러지며 약세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설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 증시가 최악의 상황을 달린 지난주 외국인이 비중 확대에 나선 종목은 살펴볼 가치가 있다. KGI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현대산업, LG건설, 현대백화점, 신세계, LG화학, 풍산, 현대중공업, 삼성화재 등에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지수 방어에 주력하고 있는 외국인은 무차별적인 단기 급락에 따라 대부분의 종목에 가격메리트가 발생했지만 백화점, 금융, 건설 등 내수관련주에 선별적으로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KGI증권 윤세욱 조사부 이사는 “뉴욕증시에서 실적부진과 회계조작 혐의 등이 IT기업에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한 매매로 분석된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전통주에 대한 접근은 리스크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